지구 선두다툼은 사실상 끝났다. 이제는 월드시리즈(WS) 우승 도전이다.
미국프로야구(MLB) 아메리칸리그(AL) 동부지구 보스턴은 지난 3일(한국시간)부터 열린 라이벌 뉴욕 양키스와의 4연전을 모조리 이기며 2위 양키스와의 경기차를 9로 벌렸다. 우승을 위해 최근 마무리 잭 브리튼 등 특급투수들을 트레이드로 대폭 보강한 양키스를 상대로 스윕승을 거둘 정도로 보스턴의 올 시즌 기세는 대단하다.
보스턴은 7일(한국시간) 현재 7할에 가까운 승률(0.699)로 MLB 전체 중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다. 이 추세라면 올 시즌 113승이 예상되면서 보스턴 역사상 최다승인 105승(1912년)을 가볍게 추월하게 된다. 양키스가 마이애미 말린스로부터 지난해 홈런왕 지안카를로 스탠튼을 영입하며 지구 선두다툼이 치열할 거라던 예상이 무색한 독주다.
보스턴의 엄청난 선전에는 영입한 스타선수들이 기대치를 채워준 덕이 크다. 2016년 말 영입한 에이스 크리스 세일이 11승에 2.04의 평균자책점으로 맹활약 중이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건강과 수비 능력에 의문표시가 붙었음에도 과감히 영입한 자유계약선수(FA) J.D. 마르티네즈는 효과만점이었다. 타율 0.324에 홈런(33개)과 타점(93점)에서 메이저리그 1위(홈런은 공동선두)에 올라 5년 1억1000만 달러의 투자가 전혀 아깝지 않은 상황이다.
상대적으로 이름값이 높지 않은 이적생들까지 쏠쏠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보스턴의 이번 4연전 스윕에는 최근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데려온 스티브 피어스의 공이 컸다. 피어스는 3일 첫 경기에서 무려 3개의 홈런을 치는 등 6타점을 쓸어담았고 4일에도 투런 홈런을 쳤다. 탬파베이 레이스에서 넘어온 네이선 이오발디는 지난 5일 8이닝 무실점으로 역투하며 승리투수가 됐다. 이오발디는 보스턴 유니폼을 입은 뒤 15이닝 무실점을 기록 중이다.
영입선수들뿐 아니라 주축 야수 대부분이 20대 중반인 보스턴의 젊은피들도 전성기급 활약을 펼치고 있다. 2016년 AL 최우수선수(MVP) 투표 2위에 오른 외야수 무키 베츠는 지난해 0.264에 24홈런으로 다소 주춤했으나 올 시즌 0.342의 타율에 26홈런을 뽐내고 있다. 여기에 앤드류 베닌텐디, 젠더 보가츠 등이 호성적을 내면서 베테랑들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물론 우승까지 가는 길이 순탄치만은 않다. ‘괴물 투수’ 저스틴 벌렌더에 찰리 모튼, 게릿 콜 등 2점대 평균자책점의 선발만 3명을 보유하고 강력한 타선까지 갖춘 디펜딩 챔피언 휴스턴 애스트로스를 이겨야 한다. MLB 승률 2위(0.632)인 휴스턴은 여자친구를 폭행한 혐의로 물의를 일으킨 토론토의 철벽 마무리 로베르토 오수나까지 논란을 감수하고 영입하면서 뒷문까지 강해졌다. 단기전인 가을무대에서 투수력의 비중은 절대적인 만큼 휴스턴의 파워는 결코 무시하기 어렵다. 다만 휴스턴을 넘을 경우 21세기 4번째 우승 고지 점령은 한결 쉬워질 전망이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