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과 관련해 예수님께 너무나 큰 부채를 졌습니다. 이 부채를 갚으며 사는 게 제 도리이자 신앙인의 삶이라 생각합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 이택수(49) 대표이사는 자신이 그리스도인으로 사는 이유를 설명하며 ‘부채(負債)’란 단어를 꺼냈다. “어릴 때 죽을 고비를 여럿 넘기며 예수님의 존재를 느꼈고 신앙으로 인생이 바뀌는 경험을 했다”는 이 대표를 6일 서울 여의도 리얼미터 사무실에서 만났다. 모태신앙으로 줄곧 서울 영등포구 신길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해 온 그는 지난 4월 장로로 장립됐다. 교회에서는 매주 오후예배 드럼 연주자로 봉사해 ‘드럼 치는 장로’로 통한다.
삶을 구원한 기도
어릴 때 크고 작은 사고 하나 없는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이 대표의 경우는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그는 학창시절 내내 죽을 뻔한 고비를 여러 차례 넘겼다. 유치원 시절엔 악령에 씌인 경우도 종종 있었고 초등학생 땐 집 옥상 계단에서 대문 난간 철창살 쪽으로 머리부터 떨어지기도 했다.
내리막길에서 자전거를 타는데 갑자기 브레이크가 고장 났다. 이대로 가다간 맞은편 판잣집 유리문에 충돌할 판이었다. 그 순간 간절히 기도했다. ‘제발 뭐든 부딪쳐서 멈출 수 있게 해 주세요.’ 기도가 끝나자마자 마침 동네 건달이 지나갔고 자전거와 부딪치면서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고교 시절엔 눈 덮인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다가 넘어져 단기 기억상실증도 겪었다고 한다. “사고 전 짧은 순간에 한 기도도 주님은 들으시더군요. 여러 번 사고를 당했는데도 큰 부상 하나 입지 않은 걸 보며 그때 하나님이 지켜줬다는 걸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중학교 때는 영적 세계를 경험했는데 이는 신앙인의 삶을 사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교회 중등부 회장이던 그는 수련회 도중 마음에 병이 든 친구를 위해 운동장에서 간절히 기도했다. 친구는 그가 기도하는 걸 못 봤다. 그런데 친구가 나중에 “운동장에서 돌 던지며 기도했지”라고 말하는 걸 보며 영적 세계가 있다는 걸 실감했다. 이때 자신의 신앙도 점검하게 됐다. 평소와는 다른 얼굴과 목소리로 “엄마를 미워할 때를 틈타 내(귀신)가 들어왔다”고 그 친구가 말하는 걸 목격한 이후부터다.
“당시 아버지가 수술 후유증으로 알코올 중독 증세를 보였는데 그 모습이 싫었습니다. 그런데 사람을 미워하면 악한 영에 영혼을 뺏길 수 있겠더군요. ‘누구든 사랑하되 가족부터 기도하고 사랑하자’는 결심을 이때 했습니다. 그러니 삶의 태도도 자연히 바뀌었습니다.”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말라
그는 2005년 CBS방송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였던 김어준씨 제안으로 대통령 및 정당 지지율 정례조사를 맡으면서 여론조사계에 발을 들였다. 당시 인터넷 접속률을 조사하는 회사를 운영 중이었는데 기존 사업은 점차 기울었지만 새로 맡은 정례조사는 반응이 뜨거웠다. 이에 힘입어 그해 설립한 것이 리얼미터다. 국내 최초로 주간 정치권 정례조사를 실시해 세간의 주목을 받은 리얼미터는 13년째 대통령 및 정당 주간 지지율을 매주 발표하며 민심의 동향을 전하고 있다.
그는 여론조사에 대해 “주목도 많이 받지만 오해와 비난도 많은 정글 같은 산업”이라고 정의했다. 조사 결과에 따라 양 진영 지지자에게 받을 비난을 각오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말라’는 성경 말씀이 자신에게 딱 맞는 구절 같다고 했다.
한편 리얼미터가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데는 이견을 표했다. 5년 전에는 ‘친박기관’이란 루머에 휩싸였는데 지금은 ‘친문’으로 소문이 났다는 것이다. 한때 이런 반응으로 상처도 받고 SNS로 적극 해명에 나서기도 했지만 이제는 여론조사 기관의 숙명으로 여기고 총선과 지방선거 여론조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치권 정례조사뿐 아니라 빅데이터를 활용한 사업에도 진출한 그는 향후 종교 분야 여론조사도 시도해 볼 계획이다. 여론조사로 다음세대나 비기독교인이 원하는 전도 방식, 지역 봉사 방안 등의 정보를 모은다면 한국교회에 도움이 될 거라 판단해서다.
그는 위축된 청년세대에 한국교회가 통일을 향한 비전을 심어줄 것도 당부했다.
“경제가 어렵긴 하지만 문화와 IT 분야는 앞으로도 성장 가능성이 있고 이는 남북한이 하나 될 때 더 큰 폭발력이 있을 겁니다. 한국교회가 청년들에게 남북 협력시대를 대비해 적극적으로 비전을 심어주면 어떨까요.”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