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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은 러시아산 위반 혐의 없다”… 서류만 보고 결론



지난해 10월 북한산으로 추정되는 석탄을 국내로 반입해 관세청의 조사를 받고 있는 선박 진룽호가 지난 4일 석탄 5100t을 싣고 경북 포항 신항에 입항했다가 7일 출항했다. 관세 당국은 검색 결과 이 선박이 들여온 석탄이 러시아산으로 확인됐다며 출항을 허가했다.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은 “진룽호는 이번에 러시아산 석탄을 적재하고 들어왔다”며 “관계기관의 선박 검색 결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위반 혐의는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관세청이 진룽호의 과거 행적을 조사하고 있는 것과 별개로 이번에 입항해 하역한 석탄은 러시아산으로 결론 냈다는 것이다. 노 대변인은 그 근거에 대해 “관련 문서를 통해 1차 확인을 했다”고 설명했다. 관세청 관계자도 “진룽호 입항 사실을 인지해 절차에 따라 철저하게 검색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류만으로 석탄의 원산지를 가리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위조 가능성 때문이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이날 평안북도의 한 무역일꾼을 인용해 “북한은 재작년부터 경제 제재가 본격화돼 석탄 수출길이 막히자 러시아 연해주 남쪽 끝에 있는 나홋카항과 블라디보스토크항에 석탄을 보낸 다음 러시아산으로 서류를 위장해 다른 나라에 수출해 왔다”고 보도했다. 선박의 위치 정보를 알려주는 마린트래픽에 따르면 진룽호의 출항지와 차항지는 모두 나홋카항이다. 진룽호는 벨리즈 선박으로 등록돼 있지만 등록 주소는 중국 산둥성이다.

당초 진룽호는 관세 당국에 8일 밤 출항하겠다고 신고했으나 하루 앞당겨 나갔다. 포항지방해양수산청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하역을 완료하면 예정 시간보다 빨리 출항한다”면서 “하역이 늦어지면 더 정박해 있다가 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자유한국당 북한석탄대책 태스크포스(TF) 단장인 유기준 의원이 최근 공개한 자료를 보면 진룽호는 지난해 10월 27일 북한산 추정 석탄을 싣고 동해항에 입항했다. 이후 20차례 부산 인천 등에 입항했지만 억류된 적은 없다. 관세청은 진룽호를 포함, 총 9건의 북한산 석탄 반입 의혹 사건을 10개월째 조사 중이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해 8월 북한산 석탄 수입을 전면 금지하는 대북 제재 결의(2371호)를 채택했고, 12월 금수 품목 이전에 연관된 선박을 나포, 검색, 동결(억류)하도록 하는 결의(2397호)를 추가로 채택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북한 선박에 정유 제품을 넘긴 코티호 등 검색 과정에서 명확한 증거를 확보한 선박 3척을 억류하고 있다.

북한산 석탄의 국내 반입 문제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이 지난 6월 제출한 연례보고서에서 러시아를 통한 ‘국적 세탁’ 사례로 적시한 뒤 증폭되고 있다. 북한산 의심 석탄을 수입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남동발전이 북한산을 수입한 것으로 최종 확인되면 모회사인 한국전력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윤한홍 한국당 의원은 “한전은 최근 국내 로펌 2곳에 자사가 유엔 및 미국의 제재 대상에 포함되는지 여부를 자문했다”며 “한전이 포함되면 원전 수출과 해외 사업의 피해가 막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지혜 이상헌 기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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