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관 10주년을 기념하는 기획전? ‘여전히 무서운 아이들’

2000년 쌈지스페이스 재개관전 당시 출품작의 하나인 장영혜 작가의 작품 ‘죄송합니다’. 쌈지스페이스20주년추진단 제공


1998년 미술계에는 갤러리의 상업성과 공공미술관의 관료주의에서 벗어난 제3지대 성격의 대안공간이 속속 생겨나 그 시대를 특징짓는 하나의 현상이 됐다. 대안공간의 선구 격인 쌈지스페이스가 1998년 개관한지 20년, 2008년 폐관한지 10년을 맞았다.

권주연 류정화 송가현 안현숙 등 젊은 기획자 4명이 이를 기념해 기획전을 갖는다. 서울 종로구 돈의문박물관마을에서 9월 14∼26일 개최하는 ‘쌈지스페이스 1998-2008-2018: 여전히 무서운 아이들’이 그것이다.

쌈지스페이스의 원조는 패션기업 쌈지가 서울 강동구 옛 쌈지 사옥에 연 레지던시다. 작가들에게 입주 작업 공간을 제공하고 지원하면서 작가들을 육성했다. 이어 2000년 홍대 지역으로 옮겨 전시장과 공연장, 도서관을 갖춘 복합문화공간으로 재개관했다. 이번 전시 제목은 재개관전 때 사용한 동명의 기획전에서 따왔다.

그때 전시에 참여했던 고낙범 박해성 이동기 이불 이용백 이형주 안상수 홍성민 등은 지금 미술계의 중추가 됐다. 이들을 비롯해 박찬경 손동현 오인환 양혜규 등 쌈지의 레지던시와 전시에 참여했던 작가 400여명은 현재 한국 현대미술 현장에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선 이들 가운데 추린 50명의 작품을 소개하는 한편, 대표적인 기획전을 오늘의 시각에서 재해석해 선보인다.

쌈지스페이스 관장을 지낸 김홍희 전 서울시립미술관장은 8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상업 갤러리와 공공미술관이 하지 못하는 틈새를 추구했고, 새로운 것에 목말라하던 신세대 작가들이 호응했다”고 회고했다. 또 “쌈지의 재정 후원 덕분에 관장으로서 펀딩이 아닌 미술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쌈지, 루프, 아트스페이스 풀 등 비슷한 시기에 생겨난 대안공간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었던 것은 90년대 후반 해외 유학파 작가들이 대거 귀국하면서 우수한 미술작가들의 공급이 이뤄지고, 외환위기 이후 한국 미술도 글로벌화를 추구하는 등 사회적인 분위기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이 된다.

기획에 참여한 독립큐레이터 류정화씨는 “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한국 현대미술을 정리하는 계기를 마련하고 대안문화의 지속가능성을 제안하기 위해서”라고 전시 취지를 설명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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