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전반적인 내용을 간추리자면 다음과 같다. 10년 지기인 두 저자는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했는데 ‘직장인 사춘기’를 겪게 된다. 무력감을 느꼈고, 사표를 던졌다. 그리고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두 사람은 세계 곳곳을 둘러봤고 여행기를 펴내기로 결심한다.
자, 여기까지 읽으면 진부한 스토리라고 넘겨짚을 것이다. 이미 서점가에는 권태에 시달리다가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는 청춘들의 여행기가 차고 넘치니까. 그런데 이 책 ‘서른, 결혼 대신 야반도주’는 어딘가 각별하게 느껴지는 대목이 적지 않은 책이다. 각각 ‘김멋지’ ‘위선임’이라는 필명을 쓰는 두 저자는 진솔하고 담백하게 자신들이 겪은 혼란과 기쁨의 순간들을 하나씩 들려준다. 이들은 2014년 직장을 그만두고 세계 일주에 나섰는데, 무려 718일 동안 24개국 97개 도시를 탐방했다고 한다.
책에는 두 저자가 바통을 주고받으며 써 내려간 여행의 기록이 담겨 있다. 지갑을 도둑맞고 여권을 잃어버리고 돈이 떨어져 딸기농장에 취직해야 했던 에피소드가 차례로 등장한다.
저 사진은 아프리카 나미비아를 방문했을 때 찍은 것이다. 차를 타고 이동하다가 두 사람은 하늘이 너무 예뻐 차에서 내렸고, 저렇듯 아름다운 풍광이 담긴 기념사진을 찍었다.
두 저자는 여행을 마치고 현재 한국에 돌아온 상태다. 책의 말미엔 이런 글이 등장한다.
“다시 떠나고 싶지 않느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그때마다 아직은 아니라 답했는데, 책을 쓰다 보니 그 연유를 알 것 같다. 여행 후에도 여행하듯 살고 있어서이지 않을까.”
박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