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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길] 번역, 직역이 답이다




저자 이정서는 출판계 화제의 인물이다. 그는 2014년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오역을 지적하며 번역자들과 학자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줬다. 저자는 새롭게 번역한 ‘이방인’을 선보이면서 “주인공 뫼르소가 아랍인에게 총을 겨눈 이유가 햇볕 때문이라는 기존의 이해가 오역에서 비롯됐고 뫼르소의 살인은 ‘정당방위’”라고 주장했다. 당시 국내 불문학계와 출판계는 그가 자기 번역서를 팔기 위해 ‘노이즈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고 거세게 공격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의 주장이 옳다는 것이 받아들여진 상황이다. 그랬던 그가 기존 번역 관행을 본격적으로 비판하면서 올바른 번역 원칙을 제시하는 신간 ‘번역의 정석’을 냈다.

저자는 서두에서 “우리 출판계가 의역에 너무 관대하다 보니 공들여 옮긴 번역이 대접받기는커녕 그 번역을 참조한 번안 혹은 표절 번역서에 밀리는 경향까지 있다”며 “독자들에게도 치명적이기 때문에 번역을 바라보는 눈을 바꿔야 한다”고 한다. 저자는 대표적인 의역 사례로 ‘위대한 개츠비’를 들었다.

‘벽에는 희미한 바위 위에 앉아 있는 수탉을 지나치게 확대한… 살찐 노부인의 얼굴이 방안을 내려다보며 빙그레 웃고 있는 것 같았다.’(김욱동 옮김, 민음사) ‘벽에는 바위에 앉아 있는 수탉을 지나치게 확대한… 살찐 노부인의 얼굴이 방안을 내려다보며 빙긋이 웃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김영하 옮김, 문학동네)

그는 두 번역서를 보면 번역문의 서술 구조가 같은 것은 물론 ‘hen’(암탉)을 수탉으로 오역한 것까지 똑같다고 지적한다. 그는 그 이유를 번역서를 참조한 의역에서 찾는다. 저자는 이와 반대로 원문을 서술구조를 최대한 살리면서 직역하는 것을 기본적인 번역의 원칙으로 제시한다.

다음은 그가 같은 문장을 번역한 부분. ‘유일한 벽 그림은 과도히 확대된 사진으로, 암탉이… 뚱뚱한 할머니의 얼굴이 방안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저자는 “앞선 번역이 이 문장을 수탉 그림으로 본 것은 오해에 불과하다”며 실제론 노부인의 얼굴을 암탉에 비유한 것이라고 바로잡는다. 그는 이렇게 구체적 사례를 통해 번역계의 잘못된 관행을 따끔하게 질타한다. ‘노인과 바다’에서 소년의 나이를 인용된 실존 인물 대조를 통해 밝혀내고, ‘어린 왕자’의 경우 불어 존칭을 살려 우리말로 번역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한다.

주요 출판사나 유명 번역자들이 상당히 불편해할 내용이 많다. 그만큼 좋은 책을 만들고 고르기 위해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비판들이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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