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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라동철] 열섬현상



대도시 중심부는 주변 지역보다 기온이 현저하게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이를 열섬현상이라고 한다. 도심을 중심으로 동심원의 기온 분포를 보이는 등온선(等溫線)의 형태가 섬과 비슷하다고 해서 이름 붙여졌다.

열섬현상이 발생하는 건 각종 인공열과 건축물, 대기오염 등으로 도심의 대기 온도가 상승하기 때문이다. 콘크리트 빌딩과 아스팔트 도로 등은 낮 동안 태양열을 흠뻑 빨아들여 머금고 있다가 밤이 되면 서서히 방출한다. 그렇게 배출된 열은 대기를 달구고 지표열이 배출되는 걸 방해한다. 고층건물은 바람의 흐름을 막고, 자동차와 에어컨 실외기 등에서 뿜어 나오는 열기가 상승작용을 일으켜 도심의 온도를 더 끌어올린다. 열섬현상은 밤에 더 강한데, 밤사이 기온 하락을 막아 열대야를 유발하기도 한다.

특히 이번 여름은 기록적인 폭염으로 존재감이 더 도드라졌다. 서프리카(서울+아프리카)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그 중심에 서울이 있다. 서울은 20일 가까이 연일 열대야가 이어지고 있다. 고온 건조한 동풍에 열섬현상까지 겹친 탓이다. 지난 1일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39.2도로 비슷한 위도인 홍천(41도)에 비해 낮았지만 이튿날 최저기온은 서울(30.4도)이 홍천(25.5도)보다 훨씬 높았다. 열섬현상의 효과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수치다.

녹지와 친수공간이 많으면 열섬현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 나무가 울창한 종묘, 창경궁, 창덕궁 등은 도심 한복판에 있지만 열기가 주변 지역에 비해 덜하다. 대표적인 ‘찜통 도시’인 대구는 꾸준한 나무심기와 자동 물뿌리기 장치인 클린로드시스템 설치 등을 통해 여름철 기온을 3도가량 낮췄다고 한다. 서울도 1990년대 후반 이후 영등포공원, 여의도공원, 소규모 쌈지공원, 낙산공원, 서울숲 등 공원을 계속 늘려왔지만 아직은 역부족이다. 폭염과 열대야가 갈수록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데 걱정이다. 공원이나 친수시설 확충, 옥상녹화 등 도심의 열기를 낮추는 활동에 더 힘을 쏟아야겠다.

라동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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