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9000년쯤 가나안의 사해 인근 예리코에 인류 최초의 도시가 건설됐다. 사해의 소금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인류의 4대 문명은 모두 소금이 있는 곳에서 발흥했다. 문명이 발전한 곳에는 예외 없이 소금이 있었다. 로마와 베네치아 등 소금 덕분에 도시와 나라를 이룬 곳이 많았다.
예루살렘과 암만의 중간쯤인 예리코는 강물이 뱀처럼 똬리를 틀며 사해로 들어가는 낮은 계곡 들판의 심장부에 있다. 예리코 사람들은 거주지 근처 요단 계곡에 흐르는 물을 이용해 밀과 보리를 재배하는 밭을 만들었다. 겨울에 밀과 보리농사를 지으려면 200㎜ 이상 비가 내려야 하는데 하늘에서 내리는 비만으로는 농사짓기 힘들었다. 다행히 요단 계곡에는 우기에 유대 광야와 사마리아 산지에 내린 비가 흘러내려 계곡지대에서 샘으로 분출된다. 이 물을 잘 다스려 농사에 사용했다. 구석기 말기로는 놀라운 규모인 약 4㏊의 마을을 형성하고 높은 성벽을 지어 살았다. 마을이라기보다는 성벽으로 둘러싸인 일종의 도시였다.
이렇게 사해 인근에 인류 최초의 도시가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은 예리코가 교통의 요충지이자 통상로여서 사람의 왕래가 많았고 상업과 교역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샘물이 있어 밀과 보리농사는 물론 사막의 주식이라 불리는 대추야자나무(종려나무)와 더불어 파파야 등 아열대성 과일이 풍부했으며 무엇보다 인간에게 필요한 소금이 있었다. 게다가 남북 통상로인 계곡 길 한가운데 있을 뿐 아니라 인근 요단강의 강폭이 좁아 강을 건너다니는 사람들이 많았고, 오아시스가 있어 상인들의 중간 집결지였다.
고고학자들은 예리코를 포함한 가나안 일대와 요르단, 이라크, 시리아의 산기슭에서 밀과 보리를 재배하고 염소와 양을 가축화한 정착지 자취를 발견했다. 이곳이 지금의 터키와 더불어 인류 최초의 도시와 마을이 생겨난 곳이었다.
세종대 대우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