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1975년부터 오일쇼크를 이유로 40년 동안 캐나다를 제외한 모든 나라로의 석유 수출을 금지해 왔다. 그래서 지구촌 석유가 고갈되면 알래스카 등에 매장된 석유를 팔아 막대한 이득을 보려 한다는 의심까지 받기도 했다. 그랬던 ‘수입국’ 미국이 2015년 원유수출금지를 해지한 지 3년 만에 ‘수출국’으로 변신하고 있다.
12일 한국은행의 ‘해외경제 포커스’에 실린 국제 원자재시장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들어 5월까지 미국의 원유 수출량은 하루 평균 167만6000배럴로 석유 수출을 허가한 2015년보다 3.4배 늘었다. 미국산 원유가 전 세계 수출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0.1%에서 올해 1∼5월 2.1%로 크게 증가했다. 석유제품까지 포함하면 이 비중은 4.8%에서 8.2%로 배가량 늘어난다. 반면 미국의 원유 수입은 국내 생산으로 상당수 대체돼 전년 동기 대비 4.2% 감소했다.
미국의 원유 수출이 호조를 보인 것은 글로벌 경기 회복세로 수요가 증가한 덕분이다. 여기에다 미국 내 원유 생산 급증으로 의회가 수출금지 조치를 해제하면서 가장 우려했던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경쟁력까지 커졌다. 영국 런던 브렌트유와 미국 WTI 가격 스프레드는 2016년 상반기 배럴당 0.61달러에 불과했으나, 올 상반기 5.35달러로 크게 확대됐다. 미 에너지괸리청(EIA)은 이 격차가 올해 말 8달러 수준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원유 수출 대상국가도 캐나다에서 중국 영국 이탈리아 등으로 다변화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올해 1∼5월 미국산 원유 수입 비중이 20.9%로 2016년 같은 기간의 1.7%보다 크게 확대됐다. 한국으로 수출도 같은 기간 하루 평균 8만7000배럴(비중 5.2%)로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원유 생산 및 수출 증가세 지속과 인프라 확충 등으로 국제시장에서 미국의 영향력도 확대되고 있다. EIA는 올해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하루 평균 1080만 배럴, 내년엔 1180만 배럴에 이르면서 ‘세계 1위 생산국’으로 부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동훈 선임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