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이달 말 평양을 방문해 3차 남북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남북 양측은 국가정보원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한 접촉에서 이런 방안에 합의하고 13일 고위급 회담에서 방북 날 짜와 수행단 규모를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남북은 6·12 북·미 정상회담 이후 두 달간 이어진 북·미 간 한반도 비핵화 및 북한 체제보장 협상을 정상외교를 통해 가속화하자는 데 이미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다음 달 한·미 정상회담도 추진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연내 종전선언 도출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12일 “판문점 선언에서 약속한 올가을 평양 정상회담을 이달 말로 앞당겨 추진하고 있다”며 “북한과도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일정을 대부분 조율했다”고 말했다. 그는 “13일 열리는 고위급 회담을 누가 먼저 제안했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남북 간 이미 문 대통령의 이달 말 평양 방문에 대한 공감대가 이뤄진 만큼 형식적인 문제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다.
남북 정상은 지난 4·27 판문점 정상회담에서 평양 방문 시기를 이르면 입추(立秋)가 지난 후인 이달 말부터 추진하기로 구두 합의했다. 하지만 하필이면 가장 빠른 시점에 평양 방문이 추진되는 것을 두고 북·미 협상 상황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다.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태에서 돌파구 마련을 위한 조기 방북 가능성과 북·미 간 물밑 협상 진전에 따른 다음 단계를 위한 방북이라는 분석이 양립하고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번 정상회담은 북·미 관계와 남북 관계가 선순환을 이룰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한 회담”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고위급 회담 때 이달 중에서도 가능한 한 가장 빠른 날짜에 평양을 방문하겠다는 뜻을 전달할 예정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우리 대통령의 평양 방문이 이번이 처음도 아닌 만큼 북한이 준비하는 시간은 1주일 정도면 충분하다”며 “우리로서는 방북 시기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방북은 다음 달 9일 북한의 정권수립일 행사(9·9절)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대규모 외교사절을 초청해 정상 국가로서의 면모를 과시한다는 방침이다. 문 대통령이 9·9절에 앞서 방북한다면 북한의 정상 국가화 노력을 지원하는 성격도 될 수 있다. 정부는 북한이 이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 과정에서 한발 양보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이어 다음 달 하순 유엔총회 등을 계기로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비핵화 프로세스에 대한 진전된 입장을 들은 뒤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하고, 종전선언을 이끌어낸다는 구상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의 정상 간 중재외교가 다시 주목받는 것은 최근까지 두 달여간 진행된 북·미 실무진 협상이 난항을 겪었기 때문이다. 미국은 의회 등 내부 반대 여론으로, 북한은 군부 등 강경파의 비토로 협상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김 위원장도 4·27 정상회담 당시 문 대통령에게 “늙은이들이 내 말을 안 듣는다”고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과 군부 등 ‘과거의 질서’에 익숙한 원로들이 비핵화 작업에 반대하고 있다는 의미다. 연내 종전선언 도출 여부도 이번 정상외교전의 성패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강준구 박세환 심희정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