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여 작업 끝에 정규 앨범 8집 발표한 장필순…더 강해진 몽환적 목소리, 제주 향기를 노래하다

최근 정규 8집을 발표한 가수 장필순. 그는 “올가을엔 과거에 발표한 노래들을 새롭게 편곡한 음반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페이지터너 제공


가수 장필순(55)의 목소리는 독보적이다. 안개처럼 그 형체가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묘한 음색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독특한 목소리보다 더 주목할 만한 부분은 뮤지션으로서 장필순이 걸어온 행보다. 그는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우직하게 자신의 길을 개척해 왔다.

장필순은 최근 정규 8집을 발표했다. 2015년 4월부터 드문드문 발표한 노래 10곡에 신곡 2곡을 보탠 앨범이다. 전작들과 비교하자면 몽환적인 색채가 더 강해졌고, 그래서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끝이 보이지 않는 아득한 밤길을 걷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제주에 살고 있어서인지 노래들에선 그곳의 바람과 바다의 향기가 묻어나는 것 같기도 하다.

장필순은 1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8집에 수록할 첫 곡을 먼저 공개했던 게 3년여 전이니 정말 긴 여정이었다”며 웃었다. 이어 “음반을 듣는 분들이 수록곡들에서 통일감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앨범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의 오랜 조력자이자 음악적 파트너인 조동익에 대한 얘기를 빼놓지 않았다. 장필순은 “파트너가 있는 건 노래하는 사람에겐 정말 큰 강점”이라고 했다.

“동익이 형(그는 조동익을 ‘형’이라고 불렀다)이랑 강하되 강하지 않고, 약하지만 흐리지 않은 음악을 만들려고 노력했어요. 물 흐르듯 흘러가는 음반을 내놓고 싶었어요.”

장필순은 2005년 제주로 내려가 애월읍 소길리에 터를 잡고 유기견을 키우면서 살았다. 음반 제목을 ‘소길화(花)’라고 지은 건 ‘소길리’라는 지명에서 착안한 것이다.

앨범에는 지난해 암으로 세상을 떠난 가수 조동진을 기리는 노래도 담겨 있다. 고인의 동생들인 조동익이 곡을 쓰고, 조동희가 노랫말을 붙인 ‘그림’이라는 곡이다. 조동진이 작사에 참여한 ‘저녁 바다’라는 곡도 만날 수 있다. 한국 포크 음악의 대부로 통했던 조동진은 장필순이 속한 음악 공동체 ‘푸른곰팡이’의 정신적 지주였다.

“동진 오빠는 제가 음반을 만들 때면 가장 먼저 모니터링을 해준 분이었어요. ‘이 부분은 이렇게 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하시곤 했죠. 제게 위로와 격려를, 그리고 엄청난 에너지를 안겨주신 분이에요. 저의 새 음반을 듣는다면 아마 ‘수고했다’고 말씀하셨을 거 같아요.”

장필순은 18일 부산 오즈홀에서, 25∼26일에는 서울 마포구 벨로주에서 음반 발매를 기념하는 공연을 연다. 오는 10월 13일에는 그가 사는 제주에서 콘서트를 열 예정이다. 음원 사이트에서 장필순의 신보를 검색하면 음악평론가 신현준이 쓴 이런 글을 만날 수 있다.

“일반적인 한국 음악처럼 들리지 않는다. 예전에 이런 말은 ‘외국 음악처럼 들린다’는 뜻으로 사용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이제 장필순과 ‘푸른곰팡이’에서 만드는 음악은 외국 음악처럼 들리지도 않게 되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 보이는 사람들은 이렇게 계속해서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있다. 채우고 비우고 다시 채우고 다시 비우면서.”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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