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우즈(43)는 18번 홀에서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면서 특유의 어퍼컷 세리머니를 날렸다. 그는 엄청난 환호성이 울리는 가운데 골프채를 들어 갤러리들에 화답했다. 홀가분함과 아쉬움이 섞인 표정을 짓던 우즈는 캐디 조 라카바를 마주하고선 활짝 웃으며 손을 맞잡았다.
우즈는 13일(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벨러리브 컨트리클럽(파70)에서 끝난 PGA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 6언더파 64타를 기록하며 합계 14언더파 266타로 단독 2위를 차지했다. 우즈가 메이저대회에서 준우승한 것은 2009년 PGA 챔피언십에서 양용은(46)에게 패한 후 9년 만이다. 우승은 16언더파 268타를 기록한 브룩스 코엡카(28·미국)에 돌아갔다.
우즈는 또다시 우승 문턱을 넘진 못했지만 전성기 시절을 떠올리는 경기력으로 갤러리들을 흥분시켰다. 3라운드까지 코엡카에 4타 뒤진 공동 6위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 우즈는 전반에만 버디 4개와 보기 1개로 3타를 줄였다. 티샷이 다소 불안했으나 퍼트로 만회하며 경기를 풀어나갔다. 후반에도 13번 홀과 15번 홀에서 버디를 기록하며 선두를 1타 차로 따라잡으며 우승에 기대를 높였다.
하지만 비교적 쉬운 코스로 꼽혔던 17번 홀에서 타수를 줄이지 못하고 파를 기록하며 사실상 우승에서 멀어졌다. 우즈가 17번 홀에서 친 티샷은 오른쪽으로 크게 밀리며 해저드 구역에 떨어졌다. 웨지샷으로 공을 빼내긴 했으나 이어진 세 번째 샷이 다시 벙커에 빠졌다. 그가 파 퍼트를 겨우 성공시킨 반면 코엡카는 15번 홀에 이어 16번 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으며 달아났다.
마지막 홀을 남기고 선두와 3타차로 벌어졌지만 우즈는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 18번 홀에서 버디를 기록하며 적어낸 6언더파 64타는 자신의 역대 메이저대회 최종라운드 최저타다. 우즈는 “오늘 하루 종일 드라이브가 좋지 않았다”며 “최대한 많은 버디를 잡으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우즈가 지난달 브리티시 오픈을 공동 6위로 마친 데 이어 PGA 챔피언십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차기 대회에서 우승 문턱을 넘을 것이란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우즈는 2013년 8월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한 이후 승수를 추가하지 못하고 있다. 유럽과 미국 대표팀 간 골프 대항전인 라이더컵에서 선수로 활약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우즈의 세계랭킹 역시 지난주 51위에서 26위로 급상승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