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다음 달 평양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3차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정상회담은 북한의 정권수립 70주년 기념식 후인 다음 달 11일 이후 열릴 예정이다. 다만 남북이 한반도 비핵화나 남북 경협 문제 등 핵심 의제에 대해 ‘협의를 계속한다’는 수준의 입장만 확인한 것과 관련해 기대에 못 미치는 회담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남북은 13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네 번째 고위급 회담을 개최하고 ‘남북 정상회담을 9월 안에 평양에서 가지기로 합의했다’는 내용의 공동보도문을 발표했다. 정상회담이 예정대로 열린다면 11년 만에 남한 정상이 평양을 방문하게 된다.
당초 ‘평양 정상회담’의 구체적 날짜가 확정될 것이라는 청와대의 기대와 달리 이날 회담에선 개최 일시가 정해지지 않았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회담 종료 후 브리핑에서 “평양에서 정상회담이 열리는 만큼 초청하는 북측 일정을 감안해 합의된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획기적인 남북 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비핵화 문제 측면에서 양 정상 간 논의할 사항이 있어 빠른 시일 내 개최라는 생각을 갖고 있으며, 북측과 협의해 9월 내 개최한다면 적절하겠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북측 회담 대표단 수석대표인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회담 후 기자들과 만나 “날짜가 다 돼(확정돼) 있다”고 말했다.
평양 정상회담은 다음 달 중순 이후 열릴 예정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9월 초까지는 (정상회담 개최가) 어려워 보인다. 9월 초라 함은 10일까지를 말하는 것”이라고 했다. 정부 당국자도 “북한 입장에서는 최대 기념일인 9·9절(정권수립일)과 남북 정상회담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일 것”이라고 전했다. 청와대가 9월 중순 이후를 언급한 것은 문 대통령의 9·9절 이전 방북이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우리 대통령이 북한 정권수립일 직전 평양을 간다는 것은 국민 정서상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북측은 우리 정부의 향후 태도에 평양 정상회담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분명히 밝혔다. 이 위원장은 종결회의 모두발언에서 “북남 회담과 개별 접촉에서 제기한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예상치 않았던 문제가 탄생될 수 있고, 일정에 오른 문제들이 난항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북측이 그동안 남북 경협과 대북 제재 완화에 대한 우리 정부의 소극적 태도에 대해 쏟아낸 비판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남북은 평양 정상회담 개최 합의 외에 철도·도로 현대화 사업과 비무장지대(DMZ) 군사적 긴장 완화 문제도 논의했다. 조 장관은 “판문점 선언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제기된 상호 간 협의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 진지한 논의가 있었다”며 “남북 군사회담에서 논의된 사항들도 조만간 합의서를 채택하는 것에 협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구성과 운영에 대한 합의서 체결을 현재 개성에서 논의 중이며, 개보수 공사가 완료되는 대로 개소식을 개최키로 했다고 덧붙였다.
판문점=공동취재단,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