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막역지우” “한배 타면 한마음” 서로 덕담

조명균 통일부 장관(오른쪽)과 이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13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고위급 회담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조 장관과 이 위원장은 올해 들어 네 차례(1, 3, 6, 8월) 열린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모두 양측 수석대표로 마주했다. 판문점=사진공동취재단


9월 남북 정상회담 개최를 합의한 제4차 남북 고위급 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시작돼 일사천리로 마무리됐다. 공개적으로는 큰 마찰 없이 3시간여 동안 회담을 이어간 후 공동보도문을 도출했다.

남북은 13일 오전 10시부터 1시간여 동안 전체회의를 진행했다. 우리 측 수석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북측 단장인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전체회의 시작에 앞서 덕담을 주고받으며 호의적인 분위기를 만들었다. 이 위원장은 지난 4월 27일 열린 남북 정상회담을 언급하며 “화창한 4월에 북남 수뇌분들께서 씨앗을 뿌려주시고 돌아보니 8월이고, 8월 7일이 입추(立秋)인데 벌써 가을이 왔다”면서 “지금처럼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서로 만나서 이야기를 주고받고, 대화가 진행된다는 건 소통이 된다는 걸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어 “북과 남, 남과 북의 관계가 이제 막역지우가 됐다. 서로의 뜻을 거스르지 못할 지경에 위치해 있는 것을 보고 막역지우라고 한다”고 덧붙였다. 사자성어를 인용해 개선된 남북관계를 표현했고,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가을 정상회담을 상기시킨 것이다.

이에 조 장관도 “북측에 ‘한배를 타면 한마음이 된다’는 속담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서로 같은 마음으로 해나가는 게 대단히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낀다”고 화답했다.

양측 대표들은 속담과 사자성어로 한마음을 강조했지만 회담 공개 여부를 놓고는 신경전을 벌였다. 이 위원장은 “언론이라는 게 여론을 조성하는 근본 바탕이고 그들이 어떻게 선도하느냐에 따라 여론의 방향이 달라진다”며 “골뱅이 갑 속에 들어가서 하는 것처럼 제한되게 하지 말고 공개해서 투명하게 사실이 보다 공정하게 알려질 수 있도록 회담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면서 공개 회담을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앞서 지난 6월 고위급 회담 때도 회담 공개를 요청했었다. 그러나 조 장관은 “서로 간에 툭 터놓고 허심탄회하게 얘기하자면 고려할 부분이 있고, 무엇보다 제가 수줍음이 많아서 기자들과 카메라가 지켜보는 앞에서 말주변이 이 단장님보다 많이 못하다”며 회담 공개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결국 이 위원장이 조 장관 뜻을 받아들이며 “다음부터는 꼭 다 기자들 있는 자리에서 하자. 그러면 오보와 편파보도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전체회의 이후 남북은 한 차례의 수석대표 접촉, 두 차례의 대표 접촉을 가진 후 종결회의를 열었다. 종결회의에서 남북 대표단은 양쪽 문으로 따로 입장했고, 공동보도문 낭독 없이 회담을 마쳤다. 이 위원장은 종결회의 발언에서 “북남 사이 미해결로 되고 있는 문제, 북남 관계 개선을 가로막는 장애물들을 하나하나 책임적으로 신속히 해결하는 것이 앞으로 북남 관계를 일정대로 발전시키고, 일정에 오른 모든 문제를 실행해 나가는 데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오늘을 계기로 판문점 선언 이행에 있어 속도를 내서 알차게 결실을 가져오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판문점=공동취재단,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