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무부 “남북 관계 개선과 北 비핵화는 분리될 수 없다”

미국은 남북 정상회담 9월 평양 개최 합의와 관련해 “남북 관계 개선과 북한의 비핵화 문제 해결은 분리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미 국무부는 13일(현지시간) “우리는 일치된 대북 대응과 관련해 한국과 긴밀한 접촉을 하고 있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대로 남북 관계 개선은 북한의 핵 프로그램 문제 해결과 별개로 진전될 수 없다”고 밝혔다.

워싱턴의 대북 소식통은 “미국 정부의 메시지는 남북 관계에서 일부 진전이 있더라도 비핵화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한 한반도에서 완전한 평화가 정착되기 힘들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라며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선 남북 대화와 북·미 대화가 쌍방향으로 함께 진전돼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미 국무부가 논평에서 한국 정부에 신뢰를 보낸 것은 단순한 립서비스가 아니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북한이 한·미 분열책을 시도해도 먹히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과 경고의 메시지를 동시에 보냈다는 것이다.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 협상 파트너는 미국이라는 원칙을 갖고 있어 남북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시간표를 제출하는 등 구체적인 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다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화가 보장된다면 굳이 핵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등의 선언적 메시지를 내놓을 수는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언론과 전문가들은 3차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비핵화 협상 진전 기대와 체제 선전에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동시에 나타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비핵화 협상은 난관을 만났지만 남북 관계는 진전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도 “북한 정권 수립 70주년을 맞는 올해 9·9절 이후에 문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하는 것은 북한의 선전에 이용당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문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까다로운 균형자 역할을 맡을 것”이라며 “이번 정상회담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의 토대를 세울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일부 언론은 남북 정상회담 날짜가 정해지지 않았고 합의 이행을 위한 구체적 내용이 언급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 사이에선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 폐기(CVID)’ 원칙이 북·미 대화의 걸림돌로 작용하기 때문에 미국이 기준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과 한국 정부가 북한 설득을 위해 과도한 혜택을 약속할 경우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약화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함께 나온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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