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에만 목매는 스릴러들이 있다. 결말을 눈치챈 독자는 시시함에 책을 덮는다. 끝까지 몰랐더라도 반전이 주는 잠깐의 전율 그 이상을 느끼긴 어렵다. 하지만 옆집에서 정말 살인사건이 발생한다면? 아는 사람이 유력한 용의자라면? 탁월한 이야기꾼 피터 스완슨은 자신이 만든 세상에 독자를 가두고 끝까지 놓아주지 않는다.
이야기는 이렇다. 영국 런던에 사는 케이트 프리디는 남자친구에게 끔찍한 데이트 폭력을 당한 뒤로 심한 불안장애와 공황발작에 시달린다. 그녀는 줄곧 집에서만 지낸다. 그런 그녀에게 새 삶의 기회가 찾아온다. 런던에 파견근무를 오게 된 육촌 코빈이 6개월만 집을 바꿔 지내보자고 제안한 것이다.
코빈의 제안을 받아들인 케이트는 미국 보스턴으로 향한다. ‘ㄷ’자 모양의 특이한 구조를 가진 그의 아파트는 고급스러웠다. 하지만 케이트는 도착한 지 하루도 안 돼 선택을 후회한다. 옆집 303호의 오드리 마셜이 잔인하게 살해된 채 발견된 후로 불안과 공포가 점차 심해지는 걸 느낀다.
정황은 코빈을 용의자로 가리키고 있다. 303호의 맞은편 312호에서 오드리를 쌍안경으로 매일 훔쳐본 관음증 환자는 그녀와 코빈이 연인이었다고 말한다. 코빈이 그녀를 죽였다고 주장하는 전 애인도 나타난다. 코빈은 부인하지만, 그의 집에서는 수상한 단서들이 계속 발견된다.
정말 살인자의 집인 걸까. 심해지는 불안은 집에 다른 누군가가 살고 있다는 공포마저 들게 한다. “현관문을 잠근 다음, 문에 등을 기댄 채 거실을 바라보며 집 안에 사람이 있는지 느껴보려 했다. …조명이란 조명은 모조리 켜면서 방마다 살펴보았다. 현관문은 잠겨 있었고, 지하실로 이어지는 부엌문도 마찬가지였다.”
불안은 독자에게 고스란히 전염된다. 소설은 빠른 전개보다 한 장면을 다른 인물들의 시점에서 끊임없이 바꿔가며 보여주는 방법을 택한다. 312호에 사는 관음증 환자처럼 이를 훔쳐보던 독자는 결국 자신이 소설 속 인물 중 한 명이라는 착각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서로 마주 보도록 설계된 독특한 아파트 구조는 작품 전반을 관통하며 특별한 긴장감을 부여한다.
베스트셀러 ‘죽여 마땅한 사람들’로 서스펜스의 거장 반열에 오른 저자 피터 스완슨의 이번 아파트 스릴러는 책장을 넘길 때마다 머리카락을 쭈뼛 세우기에 충분하다. 한 독자는 이렇게 평했다. “뼛속까지 시리고 심장이 쫄깃해지는 소설, 읽고 나면 당장 집 안의 모든 창문과 문을 한 번씩 체크하게 될 것이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