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나치의 나팔수 요제프 괴벨스(1897∼1945)의 악명은 지금도 사람들 입길에 오르내린다. 이 책의 주인공 브룬힐데 폼젤(1911∼2017)은 바로 이 괴벨스의 충직한 비서였던 인물이다. 70년 넘게 침묵으로 일관하던 그는 2013년 자신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에 출연했는데, ‘어느 독일인의 삶’은 바로 이 다큐멘터리에 담긴 증언을 엮은 책이다.
폼젤은 나치에 부역한 대표적인 ‘일반인’이었다. 그렇다면 그는 얼마나 자신의 삶을 반성하며 살아왔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는 변명과 부정으로 일관한다. 나치의 악행을 몰랐다거나, 어쩔 수 없었다는 식의 말만 간단없이 늘어놓는다. 폼젤은 단언한다. “(나를 비난하는) 사람들도 막상 그 시대를 살았다면 나와 다르지 않게 행동했을 것”이라고 말이다.
“나치에 저항했던 사람들이 소수 있었지만, 그게 결과적으로 누구한테 도움이 됐나요? 그 사람들만 목숨을 잃지 않았나요? …나치 시절에 강제 수용소가 있었다는 건 나도 일찍부터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거기서 사람들을 독가스로 죽여 불태운 건 전혀 알지 못했어요.”
독일 베를린에서 태어난 폼젤은 출세하고 싶었고 돈을 벌고 싶었다. 방송국에 취직하려면 나치 당원이어야 했기에 입당 원서를 냈고, 괴벨스 아래에서 일을 하면서 젊은 시절을 보냈다. 만약 다른 시대에 태어났다면 아마도 그는 평범한 삶을 살았을 것이다.
책을 엮은 사람은 독일의 정치학자 토레 D 한젠. 그는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의 조종간을 잡고, 유럽에선 우익 포퓰리즘이 득세하는 세태를 안타까워한다. 그러면서 폼젤이 그랬듯 시민들의 무지와 무관심이 새로운 파국을 불러올 수 있음을 강조한다. “자신의 이익만을 좇은 폼젤의 이기적인 태도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속에서도 수없이 재발견되고 있다. …이제 온건한 시민층과 모든 사회 엘리트들은 과거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증명해야 한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