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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이흥우] 서구적 시각



상호나 기관 단체명에 자주 사용되는 명칭이 ‘대한’, ‘한국’ 아닐까 싶다. ‘극동’ 또한 이에 못지않다. 대한, 한국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를 연상시키는 대명사로 오랫동안 인식되어온 영향 때문이다. 비록 지금은 사용 빈도가 떨어졌지만 한반도 문제를 언급할 때 극동 문제라고 했던 때가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세계지도에는 한반도가 세계의 중심에 있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왼쪽에 유럽과 아프리카, 오른쪽에 아메리카 대륙이 자리하고 있다. 그럼에도 왜 우리나라를 중심이 아닌 동쪽의 끝을 의미하는 극동이라 하는 걸까. 우리의 관점에선 아메리카 대륙 동부가 극동인데 말이다. 아랍지역은 한국의 서쪽에 있는 게 분명한데도 우리는 중동이라 부른다.

이처럼 모순된 지역 명칭에 관한 의문점은 미국과 유럽에서 사용하는 세계지도를 보고서야 풀렸다. 그들의 세계지도엔 미국과 유럽이 세상의 중심이고, 한반도는 그야말로 동쪽 끝 변방에 있다. 그들 시각에선 아랍이 중동, 한반도는 극동이 맞다. 18세기 후반 이래 유럽인의 시각에서 쓰기 시작한 이 같은 지역 분류법이 2세기가 지난 지금까지 우리의 사고체계를 지배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니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사람이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라고 배워도 당연시했는지 모르겠다. 콜럼버스가 도착하기 훨씬 이전부터 원주민이 살았는데.

자국의 이익을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방주의 외교가 도를 더해가고 있다. 유럽 동맹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이란 핵 협정을 파기했다. 우리가 접하는 관련 기사는 거의 미국의 시각에서 쓰인 거고, 이란의 관점에서 본 기사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상황이 이러니 이란은 악의 축으로 묘사되기 일쑤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남·북·미 3각 접촉이 활발하다. 미국 언론들도 관련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국제 여론이 남북 관계를 어떤 시각에서 바라볼지 짐작이 간다. 한반도 문제는 남북이 주인공이어야 하는데….

이흥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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