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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배병우]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지난 6월 오스트리아 수도 빈에 사흘간 머물렀을 때 ‘보석’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600여년간 중·동부 유럽을 지배했던 합스부르크제국의 역사와 전통이 내뿜는 장엄함과 우아함의 자장(磁場)이 느껴졌다.

미술과 음악은 빈의 품격을 한층 더 높인다. ‘키스’로 유명한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와 에곤 실레 등 거장들의 작품이 시내 곳곳의 미술관을 채우고 있다. 모차르트 베토벤 슈베르트 등이 인생의 대부분을 보낸 도시답게 매년 1만5000편의 뮤지컬과 발레 공연, 콘서트가 열린다. 단순함과 실용성이 돋보이는 현대식 건물과 도시 인프라는 수백년 된 건물과 어울려 독특한 아름다움을 빚어낸다.

빈에 거주한 적이 있는 외교관과 현지 교민은 빈이 특별한 도시가 되는 데 문화와 전통의 힘이 크다는 것에 이의를 달지 않는다. 하지만 빈은 박제된 ‘박물관 도시’가 아니며, 삶의 현장으로도 매력이 넘친다고 한다. 그러면서 공공 인프라를 빼놓지 않는다. 지하철과 지상의 트램으로 대표되는 대중교통은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서비스 질이 높다. 1년 정기권을 끊으면 하루 1유로(1285원)로 모든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다. 자전거 도로 등 친환경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다.

최근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매년 선정하는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1위에 빈이 선정됐다. 2004년 EIU가 세계 도시를 평가한 이래 빈이 1위에 오른 것은 처음이다. EIU는 안전, 보건, 교육 자원, 인프라와 환경 등 4가지 범주와 관련된 30가지 항목을 고려해 점수를 매겼다. 서울은 59위였다. 상위 10개 도시 중 캐나다와 호주 도시가 각각 3곳이다. 호주의 인구밀도는 ㎢당 4명, 캐나다는 3.2명에 불과하다. 1위 빈 인구는 180만명, 9위 덴마크 코펜하겐은 58만명이다.

중소 도시가 대도시보다 거의 전 항목에서 좋은 점수를 얻었다. 그런 점에서 주목할 곳이 대도시임에도 각각 3위와 7위에 랭크된 일본 오사카와 도쿄다. 오사카 인구는 272만명, 도쿄는 1378만명이다. EIU는 지속적인 범죄율 하락과 양질의 대중교통을 오사카의 순위 상승 배경으로 꼽았다. 서울과 부산 등 한국의 주요 대도시들은 오사카와 도쿄가 선전한 비결을 배워야 할 듯하다.

배병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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