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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김명호] 무능



“어떤 문제에 직면했을 때 그 문제를 발생시킨 당시에 갖고 있던 사고방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뭔가 범상치 않은 이의 말 같지 않은가. 맞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한 말이다. 문제란 뭔가. 굳이 정의하자면 우리가 어떤 종류의 장애에 부딪혔을 때의 상황이다. 나와 우리, 내가 속한 조직의 주변에서는 늘 장애가 생긴다.

“그 사람 그거 안 고쳐져.” 살면서 흔히 해봤거나, 들어봤던 말이다. 노인들 대부분은 인식의 틀을 바꾸기가 어렵다고들 한다. 새로운 흐름이나 인식에 적응할 시간도 없고, 자신감이 없어서 일 수도 있겠다. 게다가 자신의 오래된 습관이나 신념이 오히려 안정감 있고 주변 문제를 더 잘 해결할 것 같다는 생각도 굳어졌을 게다. 여기서 말한 노인은 단지 나이가 많은 사람을 지칭한 게 아니다. 생각이 늙었거나, 시대는 바뀌었는데 과거와 전혀 다름없는 시각으로 바라보고 해석하며 대책을 세우는 이들을 말한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됐다고 하고, 수많은 직업이 AI 로봇으로 대체되며, 탈중앙화를 기반으로 한 블록체인이 세상을 바꾼다고들 한다. 그런데 여당 대표 경선에서는 후보들이 앞 다퉈 노동자 중심, 노조 중심의 정책을 펴겠다고 하고, 친문이니 친노니 하는 계파 싸움이 주류를 이룬다. 내세우는 게 이러니 미래를 위한 어젠다는 없고, 옛날 방식만 그대로 재현된다. 관심과 감흥이 없는 게 당연하다. 청와대 비서관들의 기용을 보면 당면 문제들을 낡은 운동권 방식으로 대응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마저 나온다. 비서관 자리를 2020년 총선 징검다리로 여기지 않나 싶기도 하다. 정치권 전체로 봐도 올드 보이의 귀환이 대세다. 청산할 건 청산해야겠지만, 지금의 문제를 과거의 방식으로만 풀려는 건 무능이다. 문제 해결을 위한 치열함보다는 일사불란한 목소리만 나오는 게 여권 분위기다. “모두가 비슷한 생각을 한다는 것은 아무도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말이다.” 이것도 아인슈타인이 한 말이다. 확실히 그는 그냥 천재가 아니라 통찰력까지 갖춘 천재다.

김명호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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