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 접경 훈춘 르포] 北 노동자 고용 유지… 中 기업인, 대북사업 선점 분주

중국인 관광객들이 18일 북·중 접경지역인 지린성 훈춘의 취안허 세관 앞에 줄지어 서 있다. 관광객들은 세관을 통과해 북한 나선시 원정리로 들어간다.


유엔 제재로 신규 송출 막혔지만 공공연히 비자 연장·신규 발급
제재 풀릴 때 대비해 사업 모색… 나선市 가려는 기업인들 몰려


북한 노동자 신규 송출 금지 등 유엔 대북 제재에도 불구하고 일부 북·중 접경지역에서는 비자 연장이나 신규 발급 등으로 북한 인력 공급이 이뤄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일보 취재진이 북·중 접경구역인 지린(吉林)성 옌볜에서 18일 만난 한 소식통은 “비자 기한이 만료된 북한 근로자들이 비교적 쉽게 비자를 연장하는 것으로 안다”며 “훈춘에는 제재 전에도 5000명 정도의 북한 근로자가 있었는데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소식통은 “훈춘에 있는 중국의 의류업체는 이전부터 북한 인력 3000명을 고용하고 있다”며 “보통 3년간 해외에 있으면 사상 변질을 우려해 귀국시키기 때문에 신규로 비자를 받는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북한 근로자들은 훈춘 일대 섬유·의류공장이나 수산물 가공공장, 농산품 가공공장 등에서 30∼200명씩 고용돼 기숙사 생활을 하며 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훈춘 인근 투먼 경제개발구의 북한공업구에서도 북한 인력을 고용해 북한에서 필요한 상품을 가공, 수출하고 있다.

북한 인력들은 숙련도와 생산성이 높고 통제가 잘 되는 데다 임금도 중국인에 비해 낮아 중국 기업들의 선호도가 높다. 북·중 접경지역에서 일하는 북한 근로자들은 월 2000위안(약 33만원) 정도의 월급을 받지만 북한 당국이 월급의 60% 이상을 가져가는 것으로 전해졌다.

접경지역에선 대북 제재 해제 국면에 대비해 사업 기회를 찾아 나선특별시를 방문하는 중국 기업인도 부쩍 늘었다. 한 한인 사업가는 “상무비자를 받아 훈춘과 나선(나진·선봉)을 오가면서 사업 구상을 하는 사람이 늘면서 나선의 외국인 전용 호텔 투숙객도 배로 늘었다”며 “현지 호텔 1개월 투숙에 1500위안 정도이고, 상무비자는 수속 비용이 1000위안 정도여서 돈이 들고 번거로운데 나선에 발길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인 사업가들은 북한에 들어갈 수 없어 향후 대북 사업 기회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며 “중국 기업들이 기회를 선점하기 전에 우리 정부도 길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훈춘과 북한 나선시 원정리를 잇는 취안허 세관에는 최근 북한 단체관광 중단 소식에도 불구하고 북한행 중국인 관광객들을 태운 관광버스가 줄을 이었다.

옌지·훈춘=노석철 베이징 특파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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