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다음 달 방북해 북한 정권 수립 70주년 기념일인 9·9절 행사에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 주석의 방북이 실제로 이뤄져 한반도 종전선언과 북·미 비핵화 후속 협상에 중대 변수로 등장할지 주목된다.
중국의 최고지도자가 북한을 방문하는 것은 후진타오 전 주석이 2005년 방북한 이후 13년 만이다. 시 주석 개인으로는 2008년 부주석 당시 북한을 방문한 지 10년 만이다.
시 주석의 방북 여부에 대해 북한과 중국 모두 확인을 하지 않고 있다. 다만 중국 국가주석의 해외 순방 관례처럼 방문 2∼3일 전 발표하거나 북·중 관계의 중요성을 감안해 5∼6일 전 공개할 가능성도 있다.
북·중 당 대 당 연락을 담당하는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 선발대가 지난주 북한으로 간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 주석 방북을 위한 실무 준비와 조율이 이뤄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북·중 정상 간 일정 조율은 외교라인이 아니라 양측의 당 차원에서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미 3, 5, 6월 3개월 새 세 차례나 방문하면서 시 주석을 평양으로 초청했다. 따라서 외교 관례로 볼 때 시 주석의 답방은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하지만 북·미 정상회담 이후 후속 비핵화 협상이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 민감한 시기라는 게 문제다. 북·미 간 협상은 답보 상태를 거듭하고 있고, 미·중 관계도 통상 갈등으로 최악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북·중 밀착을 과시함으로써 미·중 무역전쟁을 풀어가는 실마리를 찾으려 할 수 있다. 미·중 무역전쟁과 백신 사태 등으로 국내에서 지도력 위기를 맞고 있는 시 주석으로선 이번 방북이 중요한 전환기가 될 수도 있는 셈이다. 다만 자칫 북·중이 과도하게 밀착하는 모습을 보이다 또다시 ‘중국 배후설’에 휘말리면 더욱 어려운 국면을 맞게 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으로선 중국에 비핵화 관련 메시지를 시 주석에게 전함으로써 돌파구를 마련하거나 오히려 중국을 지렛대 삼아 미국을 압박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
시 주석의 9월 초 방북 가능성이 낮다는 시각도 여전히 있다. 시 주석은 9월 초 베이징에서 53개국 정상급 지도자가 참석하는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FOCAC) 일정이 있고, 9월 11∼13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동방경제포럼’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날 예정이서 방북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