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 계기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20일부터 금강산에서 열린다. 2015년 10월 이후 2년10개월 만에 재개되는 상봉 행사다.
이번 행사에 참가하는 방문단은 생이별했던 가족을 65년(1953년 7월 정전협정 체결 이후)의 기나긴 기다림 끝에 만나게 된다. 남측 방문단은 20∼22일(1회차 상봉) 북측 가족을 만나고, 북측 방문단은 24∼26일(2회차) 남측 가족을 만난다.
남측 상봉단은 당초 93명이었으나 4명이 건강 악화 등을 이유로 상봉을 포기해 89명이 됐다. 동행 가족까지 포함하면 197명이 방북한다. 남측 상봉단은 19일 생필품 세트와 초코파이 등 북에 사는 가족에게 줄 선물을 트렁크에 가득 싣고 집결지인 강원 속초 한화리조트에 모였다.
대부분 80, 90대 고령자로 지팡이를 짚고 있거나 휠체어를 탄 사람이 많았고, 귀가 어두워 큰소리로 얘기해야 대화가 가능했다. 그래서 집결지 등록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고성이 오가는 장면이 펼쳐졌다. 정부는 고령자가 많은 점을 고려해 의료진 24명을 1회차 상봉에 함께 파견키로 했고 긴급 후송 시스템도 마련했다.
우리 측 최고령 상봉자로 북에 있는 며느리 김명순(71)씨와 손녀 백영옥(48)씨를 만날 예정인 백성규(101) 할아버지는 “몇 번 (상봉 신청을) 했는데 다 안 되다가 이번에 됐다는 소식이 왔다. 다 죽게 되니까”라며 웃었다. 백 할아버지는 여름·겨울옷과 신발 30켤레, 수저 20벌, 양말 등을 선물로 준비했다. 그는 “(이번 상봉이) 마지막이겠지. 몰라 내가 40년 더 살면 모를까”라며 “마지막이니까 좀 많이 샀다. 없는 것 없이 다 샀다”고 했다.
상봉단의 백민준(93) 할아버지는 “원래는 아들을 만나고 싶었는데 아들이 나보다 먼저 갔다는 거야. 그래도 그 소식이라도 들은 게 어디야”라고 말했다. 백 할아버지는 이번에 손녀 백향심(35)씨와 며느리 이복덕(63)씨를 만난다. 그는 “내가 기억하는 건 젊었을 때의 이북이라 어떻게 변했을지 궁금해”라고 소감을 밝혔다.
북에 사는 아들 이상철(71)씨를 만나는 이금섬(92) 할머니는 아들에게 뭘 물어보고 싶으냐는 질문에 “누구랑 같이 컸는지 물어봐야지”라며 “(아들 주려고) 영양제와 잠바를 준비했다”고 답했다.
2회차 상봉에 나서는 북측 상봉단은 83명이다. 당초 88명이었지만 남쪽의 다섯 가족이 건강 악화로 상봉에 참여할 수 없게 돼 상봉단 인원이 줄었다.
이산가족들은 2박3일간 단체상봉, 환영만찬, 개별상봉, 객실점심, 단체상봉, 작별상봉 및 공동점심 순으로 6차례에 걸쳐 11시간 동안 만남을 갖게 된다. 특히 둘째 날인 21일 2시간의 개별상봉 후 1시간 동안 객실에서 함께 점심을 먹는 일정이 눈에 띈다. 남과 북의 가족이 객실에서 함께 식사하는 것은 이번 상봉 행사가 처음이다.
속초=공동취재단, 이상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