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년 동안 안방극장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낸 스타를 뽑으라면 단연 신혜선(29)이 첫손에 꼽힐 것이다. 지난해 초만 하더라도 사실상 무명의 연기자였던 그는 출연작이 줄줄이 히트작 반열에 오르면서 톱스타로 발돋움했다. 방송가 안팎에선 새로운 ‘시청률의 여왕’이 나왔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신혜선의 힘’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2013년 드라마 ‘학교 2013’(KBS2)으로 데뷔한 신혜선은 ‘고교처세왕’(tvN) ‘그녀는 예뻤다’(MBC) ‘푸른 바다의 전설’(SBS) 등에 출연했지만 존재감은 미미했다. 배역은 단역인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또래 연기자들에 비하면 외모 역시 화려한 편이 아니었다.
‘중고 신인’ 신혜선이 주목받기 시작한 건 지난해 6∼7월 방영된 드라마 ‘비밀의 숲’(tvN)부터였다. 비밀의 숲은 조승우 배두나 유재명 등 베테랑 배우가 대거 출연한 작품이었는데, 신혜선은 주눅 들지 않는 연기력을 보여주며 안방극장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처음으로 주연을 맡은 가족극 ‘황금빛 내 인생’(KBS2)으로 스타덤에 올랐다. 지난해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방영된 이 드라마는 최고 시청률이 45%를 웃돌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현재 신혜선은 월화극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SBS)에 출연하고 있다. 그가 맡은 인물은 열일곱 살에 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서른 살이 돼서야 의식을 회복한 주인공 우서리 역. 전작들에서 맡은 캐릭터가 다소 어두운 느낌이었다면 이 작품에서는 밝은 모습을 보여준다. 드라마는 지난 14일 방송에서 시청률 10.5%(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했는데, 요즘 평일 미니시리즈 가운데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는 작품은 이 드라마가 유일하다.
그렇다면 전문가들이 생각하는 신혜선의 매력은 무엇일까. 이구동성으로 언급하는 건 신혜선의 연기력이다. 다채로운 배역을 안정감 있게 소화해낸다는 평가가 많다.
드라마평론가인 김공숙 안동대 융합콘텐츠학과 교수는 “캐릭터 소화력이 남다른 것 같다”고 치켜세웠다. 김 교수는 “작가가 설정해놓은 캐릭터, 그 이상을 연기하는 배우”라며 “자신이 연기하는 캐릭터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드러내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수사극(비밀의 숲) 가족극(황금빛 내 인생) 로맨틱 코미디(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로 이어지는 신혜선의 필모그래피에 주목했다. 그는 “보통 특정 여배우가 주목을 받을 땐 한 작품에서의 강렬한 이미지 때문인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신혜선은 짧은 기간 동안 다양한 작품에서 각기 다르면서도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드라마평론가인 윤석진 충남대 국문학과 교수는 “신혜선은 처연한 감정을 이끌어내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호평했다. 이어 “연기를 통해 감정의 밑바닥을 끄집어낼 줄 안다”며 “신혜선과 비슷한 연령대에서 이런 연기력을 갖춘 배우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신혜선의 매력으로 그의 수수한 외모를 꼽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화려한 외모를 갖추고 있지 않다는 점이 오히려 시청자들에게 신선하게 다가가고 있다는 것이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이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평범한 미인처럼 보이는 신혜선의 외모는 시청자들이 감정이입할 수 있는 조건이 되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