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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배병우] 文정부 잡는 ‘노무현 트라우마’



지난주 발표된 7월 고용동향은 정부의 간판 경제정책인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직격탄이다. 작년 월 평균 30만명씩 늘어나던 취업자가 몇 달 새 5000명 수준으로 쪼그라든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외부 충격도 없었다. 오히려 미국 일본 유럽 등 다른 주요국 경제는 과열이거나 최소한 순항 중이다.

그간 생산가능인구 감소 때문이라던 정부 관계자들도 예상을 넘는 이번 수치에 대해서는 인구요인으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인정한다. 서비스업과 자영업 일자리 감소에 최저임금의 과도한 인상이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해 보인다. 10만1000명이 감소한 경비·청소 등 ‘사업시설 관리 및 임대서비스업’과 8만명이 준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점업’이 대표적이다. 정부가 ‘산업 구조조정’때문이라고 뭉뚱그려 얘기하는 제조업 일자리 감소(12만7000명)에도 최저임금 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비용 압박이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19일 당정청 긴급회의에서는 정책 변화 대신 또 재정을 푸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연말엔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면서 소득주도성장 기조를 재확인했다. 청와대와 여권에서 이처럼 소득주도성장의 수정이 금기가 된 이유는 뭔가. 여기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좌회전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하는 바람에 정권을 잃었다는 여권 핵심들의 믿음이 있다.

노 대통령이 임기 중반 이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시도하는 등 집토끼(주요 지지층)인 진보세력의 입장과 다른 정책을 펴는 치명적인 실책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소득주도 성장의 폐기는 물론 수정이 필요하다는 데도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 핵심 지지층인 대기업 노조를 비롯한 노동계의 이반을 부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들은 노무현정부와 문재인정부의 지지 기반이 다르고 정책 이슈와 상황도 차이가 있다는 점을 무시하고 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의도와 달리 문재인정부의 주요 지지기반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아울러 촛불 정국을 거치며 집권한 문재인정부는 많은 중도층을 포함해 노무현정부에 비해 다양한 정치적 이념을 가진 지지층을 갖고 있다. 그리스인들은 과거 성공에 도취해 오만에 빠지는 ‘휴브리스’를 경계했다. 하지만 이번 정부는 과거 노무현정부의 실패라는 트라우마에 빠져 이성적 판단 능력을 잃어가는 듯하다.

배병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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