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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영 “어려 보이려 노력… 나도 나이 먹었구나 싶어” [인터뷰]

달콤 쌉싸름한 현실 연애의 단면들을 담아낸 로맨스 영화 ‘너의 결혼식’ 주연배우 박보영. 그는 “영화에서처럼 첫눈에 반하는 사랑은 해본 적이 없다. 오래 곁에 두고 지켜보는 편이다. 그러다 연애를 시작하면 미련 없이 다 퍼준다. 영화 속 주인공 승희를 보면서 ‘나도 개인주의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웃었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영화 ‘너의 결혼식’의 한 장면.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로맨스 퀸으로 유명하신데….” 이쯤 되면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식상할 터다. 수년간 귀에 인이 박이도록 이 얘기를 들어 왔을 박보영(28)이건만, 그는 꿋꿋이 또 같은 대답을 내어준다. “수식어에 대해선 별생각이 없어요. 예전에는 ‘국민 여동생’이라고도 불러주셨는데 금세 다른 국민 여동생이 나타나던데요(웃음)?”

배우 박보영이 로맨스 장르에서 유독 빛을 발하는 건 특유의 사랑스러움 때문이다. 큰 눈이 반달처럼 휘어지도록 생긋 웃는 그를 바라보며 덩달아 미소 짓지 않을 이는 얼마 없다. 이토록 강력한 무기를 갖고 있으면서도 본인은 그런 한정된 이미지를 경계한다. 자신도 모르는 새 안주하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서다.

22일 개봉하는 영화 ‘너의 결혼식’에서도 약간의 변주를 시도했다. 얼핏 박보영 전문 분야인 로맨틱 코미디 장르로 보이지만 명랑 쾌활하기만 하던 전작들과는 사뭇 결이 다르다. 영화는 고등학생 시절 만나 대학생, 취업준비생, 사회초년생 시기에 이르기까지 인연을 끊어내지 못한 남녀의 연애담을 현실감 있게 다뤄낸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박보영은 “현실감 있는 로맨스 영화를 하고 싶었다”면서 “캐릭터도 마음에 들었다. 승희라는 인물은 마냥 밝고 사랑스럽다기보다 자기 주관이 확실한 친구여서 매력적이더라”고 말했다.

“일반적인 드라마는 역할을 소화하는 데 나이 제한이 크지 않아요. 근데 로맨스는 등장인물의 나이가 명시돼 있는 경우가 많죠. 제가 20대 후반인데,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작품들이 있잖아요. 이 시기가 지나기 전에 꼭 해보고 싶었어요. 더 진한 멜로는 나이가 더 든 뒤에 해볼 수 있으니까요.”

‘너의 결혼식’에서 박보영이 맡은 배역은 예쁘고 똑똑하지만 성격은 까칠한 승희. 고3 때 전학 온 그는 만난 순간부터 자신을 쫓아다닌 우연(김영광)과 10년에 걸쳐 만나고 헤어지길 반복하며 엇갈린 사랑을 이어간다. 사랑은 타이밍이라고 하는데, 이들의 타이밍은 영 꽝이다.

변화무쌍한 사랑의 연대기를 그리는 작품인 만큼 배우들은 교복 입은 고교 시절부터 사회생활에 찌든 청년기까지 표현해내야 했다. “예전엔 성숙함을 표현하는 게 더 어려웠거든요? 근데 이번 작품에선 어느 순간 제가 어려 보이려 노력을 하고 있더라고요. 나도 나이를 먹었구나 느꼈죠(웃음).”

상대역인 김영광(31)과는 영화 ‘피끓는 청춘’(2014)에서 호흡을 맞춘 적이 있어 편안했다. “실제로도 순수하고 솔직한 사람이에요. 스킨십 장면을 찍을 때도 그렇게 편할 수가 없었죠. 현장에서 배려를 정말 많이 해줬어요. 키 차이가 30㎝나 나니까 오빠가 항상 다리를 벌려서 눈높이를 맞춰주는 ‘매너 다리’를 해줬죠(웃음).”

TV 드라마에서 박보영은 대동소이한 ‘러블리’ 캐릭터로 대중을 만나 왔다. “대중이 원하는 모습을 보여줄 의무도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반면 영화에서만큼은 ‘늑대소년’(2012) ‘피끓는 청춘’ ‘돌연변이’(2015) 등 도전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예전엔 ‘저 그렇게 사랑스럽지 않아요’ 부정하기 바빴죠. 근데 이젠 그게 사람들이 제게 바라는 모습이라는 걸 인정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드라마에선 대중이 원하시는 모습을 보여드리되, 개인적인 연기 욕심은 영화로 채워보자는 합의점을 찾게 된 거예요.”

고등학생이던 2006년 드라마 ‘비밀의 교정’(EBS)으로 데뷔해 어느덧 서른을 목전에 뒀다. 20대가 가기 전에 이루고 싶은 게 있느냐 물으니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어릴 땐 서른 언니들을 보면 엄청 어른인 줄 알았는데 (제가 가까워지고 보니) 전혀 그렇지 않더라고요(웃음). 지금보다 성숙해졌으면 좋겠어요. 좀 더 철도 들고요.”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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