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9월 평양정상회담 결과물 상당 부분 합의한 듯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남과 북이 더 담대하게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병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다음 달 평양 방문을 앞두고 남북이 3차 정상회담 결과에 상당 부분 합의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남·북·미·중 4자 간 협의 결과에 따라 남북 합의 발표 수준이 결정될 전망이다.

외교 소식통은 20일 “다음 달 3차 정상회담을 앞두고 남북 간에는 결과물에 대한 합의가 대부분 이뤄진 것으로 안다”며 “다만 결과물을 도출하는 과정을 두고 방법론에 차이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역시 언론 인터뷰에서 남북 정상이 4·27 정상회담에서 ‘1년 내 비핵화’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런 발언들이 사실이라면 8∼9월 중 평양에서 북·미 간 큰 틀의 비핵화 조치 합의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어 문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해 북·미 합의를 환영하며 남북 관계 발전 방안을 발표하는 수순이 될 전망이다.

방법론에 있어 남측은 속도전을, 북측은 신중한 자세를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그동안 북한에 문 대통령의 이달 말 평양 방문을 적극 설득해 왔다. 하지만 북한이 9·9절 행사 준비와 북·미 협상, 북·중 논의 등을 이유로 늦출 것을 요구해 정부가 이를 받아들였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지난 13일 남북 고위급 회담 직후 “가급적 빨리 하자는 방향에서 논의됐지만 북측의 입장을 감안할 때 방북 일시는 상황을 보면서 협의하기로 했다”고 말했었다. 이달 들어 남북이 평양 방문 시기를 조율하는 사이 시 주석과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상황이다.

북한이 중국을 끼워넣어 배수진을 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과거 남·북·미 3자 간 비핵화 및 체제보장 논의가 모두 무산된 점을 감안해 중국이라는 안전장치를 하나 더 넣으려 한다는 의미다. 이 경우 비핵화 협상의 속도는 늦어지겠지만 북한 입장에서 미국의 과도한 요구를 견제할 수 있게 된다.

중국이 끼어드는 것이 정부에 마냥 나쁜 것만은 아니다. 여권 관계자는 “남·북·미 3자 간 종전선언보다는 남·북·미·중 4자 종전선언이 훨씬 더 불가역적이고 안정적인 것은 사실”이라며 “종전선언 논의에 중국이 합류하는 것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중국이 이미 한반도 비핵화 논의에 변수가 됐다는 점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9월 평양에서 한반도 비핵화의 명운을 건 릴레이 외교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면 9월 유엔총회 등을 계기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미,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 정상의 종전선언 등이 추진될 전망이다. 반면 원만한 합의에 실패할 경우 문재인정부 후반기까지 위태위태한 협상 국면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현재 남북 관계 발전을 위한 여러 방안을 추진 중이다. 남북 경협에 대한 공동조사 연구를 진행 중이며 조만간 개성공단 남북공동연락사무소도 열 예정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연락사무소 설치는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완화와 평화 정착을 위해 가장 기본적인 사업이며, 남북 간 상시적 소통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을 촉진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은 23일 개소식을 여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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