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매년 수십억원씩 적자를 내면서도 버텨 왔는데, 한반도에 평화무드가 조성되니 이제 희망이 보입니다.”
지난 17일 방문한 중국 지린(吉林)성 훈춘(琿春)시 포스코현대 물류센터는 드넓은 대지에 업무동 건물과 대규모 창고들이 세워져 있었으나 활기가 없어 보였다.
연제성 포스코현대 물류센터 법인장은 “북한 핵실험을 시작으로 한반도 정세가 악화되면서 우리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그러나 이곳은 지리적으로 북방 물류의 핵심 거점이어서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포스코현대 물류센터는 2012년 9월 착공해 2015년부터 가동에 들어갔다. 포스코는 초기에 150만㎡를 계획했지만 물동량 증가 속도가 느려 99만㎡만 매입했고, 이 중 43만㎡만 개발했다. 당초 계획의 3분의 1도 안되는 셈이다.
포스코현대 측은 물류센터 설립 초기에 임대를 희망하는 기업이 많아 창고 임대율이 85% 정도 되면 새로운 단지를 건설할 계획이었다. 한때는 북한 근로자를 1000명 고용할 계획인데 그들을 수용할 숙소동을 지어 달라는 글로벌 기업도 있었다. 이 기업은 활어를 보관할 수조를 만들고 수산물 가공공장도 운영하겠다고 했지만 북한 핵실험으로 무산됐다. 건물은 총 28동 가운데 10동만 지어졌다.
가장 크게 타격을 입은 것은 지난해 북한산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 때문이다. 냉동수산물은 오징어 조개 등 북한산이 70%를 차지한다. 킹크랩 등 러시아산은 30% 정도다. 북한산 수산물이 막힌 뒤 창고의 4분의 1 정도만 겨우 운영하고 있다.
냉동창고에 들어가 보니 물품은 많지 않은데 온도를 영하 18도로 유지하고 있었다. 물품 규모에 관계없이 적정온도를 지켜야 해 전기요금이 많이 든다고 했다. 러시아산 킹크랩 보관 수조에는 킹크랩이 없는데도 계속 물을 순환시키고 있었다. 늘 깨끗한 상태를 유지해야 물량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현대 물류센터는 2016년에 초기 자본투자분 감가상각과 전기요금, 세금 등을 포함해 240만 달러(약 27억원)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적자 가운데 200만 달러 정도는 유지비용이다.
물류센터는 결국 북한 쪽 무역이 정상화돼야 활로가 열리는 구조다. 러시아 쪽 거래를 늘릴 수도 있지만 북한산 오징어 조개 등을 대체하기 어렵고 새로운 무역로를 뚫는 데도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물류센터 측은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동아시아철도공동체’ 구상 등에 기대를 걸며 마음을 다지고 있다. 훈춘 지역의 환경규제 강화로 오수 처리시설을 완비하느라 지체된 수산물 가공공장도 가동에 들어갔다. 창고를 추가 건설할 계획도 세워뒀다. 대북무역이 정상화되면 수산물 보관과 가공뿐 아니라 곡물과 생활필수품, 피복 등 보관 수요가 급증하기 때문이다.
물류센터의 김민곤 본부장은 “훈춘 지역은 대북무역은 물론 중국 동북3성에서 태평양을 거쳐 북미 지역과 일본, 한국, 중국 남쪽으로 이어지는 관문”이라며 “한반도 분위기가 호전되면 우리 물류센터도 급성장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훈춘=글·사진 노석철 베이징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