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봉 이틀째를 맞은 남북 이산가족은 21일 북측 금강산지역 내 외금강호텔과 금강산호텔에서 개별상봉과 단체상봉을 이어갔다.
이날 오후 두 번째 단체상봉에 나선 남북 가족들은 첫날에 비해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에 상봉을 이어갔다. 하지만 상봉행사 종료시간이 다가오면서 짙은 아쉬움과 탄식이 상봉장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이후 이산가족에게 남은 상봉시간은 22일 오전 3시간 동안 주어지는 ‘작별상봉 및 공동중식’이 전부다. 남북 당국은 금강산 현지에서 당초 2시간이었던 작별상봉시간을 한 시간 늘리는 데 합의했다.
첫날 북쪽의 남동생을 확인하고 오열했던 김혜자(76) 할머니는 이날도 “아기 때 헤어져서 73년 만에 만난 건데, 안 보내고 같이 있고 싶다”고 말했다. 김 할머니는 여러 차례 “사랑해”라고 말하며 한 살 어린 남동생 은하씨를 꼭 껴안았다. 6·25전쟁 당시 북쪽에 남은 언니·여동생과 재회한 배순희(82) 할머니도 “못 다한 얘기를 더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헤어질 때 여섯 살과 두 살이던 여동생과 남동생을 다시 만난 박기동(82) 할아버지는 “헤어질 것을 생각하니 안됐다. 기약이 없다”며 한탄했다. 북쪽 여동생 선녀(74)씨도 “이제 헤어지면 언제 만날지 기약이 없다”며 “평화가 빨리 이뤄져야 하는데 담이 너무 높다”고 아쉬워했다. 전쟁 통에 어린 동생을 두고 월남했던 차제근(84) 할아버지는 동생을 껴안고 “나만 살겠다고 너를 버리고 나와서 형으로서 항상 죄책감에 가슴 아팠다. 미안하다”며 울먹였다. 그러자 동생 제훈(76)씨는 “아이고, 뭐가 미안하냐”며 형의 무릎을 매만지며 다독였다.
남북 가족들은 단체상봉 도중 ‘우리의 소원은 통일’ ‘고향의 봄’ ‘찔레꽃’ 등의 노래를 손을 맞잡고 함께 부르기도 했다.
앞서 상봉단은 개별상봉에 이어 점심식사도 객실에서 가족끼리 함께했다. 남북 당국은 이번 상봉행사부터 기존의 단체중식을 개별중식으로 변경, 개별상봉 시간을 1시간 늘렸다. 한평생 존재하는지도 모르고 살았던 북쪽의 딸 연옥(67)씨를 처음 만난 유관식(89) 할아버지는 개별상봉에서 북쪽 조카로부터 노래와 춤을 선물 받았다. 유 할아버지의 남쪽 아들은 이 모습을 동영상으로 담아 계속 틀어줬다. 이영부(76) 할아버지는 “개별상봉이 아무래도 자유롭고 훨씬 낫다”고 전했다.
행사장 주변에서 남측 취재진과 만난 북측 보장성원들은 남측 정치 상황과 한반도 정세에 큰 관심을 보였다. 한 보장성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왜 떨어지느냐”며 이산가족 상봉이 지지율에 도움이 되는지를 물었다. 다른 보장성원은 “(한반도 상황은) 계단식으로 한 계단 한 계단 밟아 올라가는 것처럼 변화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전혀 움직이지 않는 나라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을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상봉 정례화에 대해서는 “지금 우리 시설에서는 100명 이상이 상봉하는 것은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금강산=공동취재단, 최승욱 이상헌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