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의 계절 가을, 거장들이 온다



“지금은 불안의 시대이다(Now is the age of anxiety).” 영국 출신 시인 윈스턴 휴 오든이 1947년 발표한 시 ‘불안의 시대’에 나오는 문장이다. 발표 당시 평단에서 최악이란 말이 나오기도 했지만 미국 지휘자 겸 작곡가 레너드 번스타인은 인간의 근원적 절망과 불안을 노래한 이 시에 큰 감동을 받았다. 번스타인은 이 시를 모티브로 교향곡 제2번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불안의 시대’(1949)를 작곡했다. 초연할 땐 피아노도 직접 연주했다. 번스타인 탄생 100주년을 맞아 폴란드 출신의 세계적 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지메르만이 이 곡을 연주한다. 핀란드 출신의 에사 페카 살로넨이 지휘하는 영국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 함께 10월 19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다.

불안과 우울이라는 주제는 이 시대에도 유효하다. 15년 만에 내한하는 지메르만의 ‘불안의 시대’는 하반기 기대작이다. 지메르만이 연주한 ‘불안의 시대’를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현지에서 감상한 음악평론가 황장원은 20일 “여기선 사이먼 래틀과 협연했는데 과거 번스타인과 협연했을 때보다 성숙한 모습으로 거의 완벽에 가까운 연주를 들려줬다”고 국민일보에 전했다.

올가을 이 같은 거장의 공연이 클래식 팬을 사로잡을 것으로 보인다. 독일 베를린 필에서 영국 런던 심포니로 자리를 옮긴 영국 출신 지휘자 래틀은 10월 1일 롯데콘서트홀에서 공연한다. 주요 프로그램은 드보르자크 슬라브 춤곡(1·2·4·7번),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과 교향곡 5번이다. 협주곡 협연자는 네덜란드 바이올리니스트 재닌 얀센이다.

한국 클래식을 이끌어온 거장과 신성(新星)이 한자리에 선다.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와 피아니스트 조성진이다. 9월 1일부터 전국을 돌아 1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마지막 연주를 한다. 예술의전당 30주년 기념 공연이다. 두 사람은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를 중심으로 슈만, 베토벤, 프랑크의 작품을 연주한다. 정경화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음악에 집중하고 헌신한다”고 조성진을 칭찬해왔고 조성진은 정경화에 대해 “고민이 있을 때 조언을 구하는 중요한 멘토 중 한 분’이라고 했다. 올해 칠순을 맞은 정경화와 2015년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한 젊은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어떤 하모니를 이룰지 관심이다.

세계 정상급 소프라노 조수미는 프랑스 파리를 소재로 ‘원 나잇 인 파리(One Night in Paris)’ 콘서트를 연다. 조수미는 이 공연에 대해 “여러분과 같이 여행을 떠나서 하룻밤을 멋지게 보내고 작별을 하는 꿈 같은 음악 여행이 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1부는 파리를 배경으로 한 오페라 아리아가 주를 이룬다. 오펜바흐의 ‘파리지엔의 삶’ 서곡,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 전주곡, 푸치니의 ‘무제타의 왈츠’ 등을 들려준다. 2부는 파리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다양한 장르의 노래들이다. 영화 ‘파리의 하늘 아래 세느강은 흐른다’의 삽입곡, 프랑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넘버, 샹송 ‘장밋빛 인생’ 등을 부른다. 9월 5일 예술의전당과 7일 전주소리문화의전당, 8일 대전예술의전당을 거쳐 9일 서울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에서 공연을 마무리한다.

에스토니아 출신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미국 지휘자 파보 예르비는 11월 3일 예술의전당에서 스위스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와 말러 교향곡 5번을 연주한다. 내년 그가 음악감독으로 취임하는 오케스트라다. 협연자는 피아니스트 카티아 부니아티쉬빌리다. 연주곡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이다. 완벽주의자로 불리는 영국 출신 지휘자 안토니오 파파노는 11월 15∼16일 처음 내한한다. 그는 2005년부터 이끌어온 이탈리아 악단 산타 체칠리아 오케스트라와 함께 예술의전당에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과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을 들려준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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