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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길] “아이에게 슬픔의 유전자 물려줘선 안돼”



베트남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자란 한 여성이 펴낸 그래픽노블이다. 파란만장했던 저자의 가족사와 굴곡진 베트남의 현대사가 담겨 있다. 음습한 분위기의 그림이 간단없이 이어지는데, 책을 읽고 나면 가족이란 무엇이고 국가는 어떤 의미를 띠는지 고민하게 된다.

이야기는 2005년 미국 뉴욕의 한 병원에서 저자인 티부이(43)가 아이를 출산하면서 시작된다. 저자는 고통스러운 분만의 과정을 그리면서 그 옛날 베트남에서 아이들을 낳았던 어머니의 사연을 포개고, 부모님의 개인사를 하나씩 들려주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베트남의 현대사는 동시대 어떤 국가보다 기구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엔 한국이 그랬듯 첨예한 이념 갈등으로 몸살을 앓아야 했고 프랑스에 맞서 싸워야 했으며 베트남전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어야 했다. 그리고 역사는 개인의 삶에 커다란 상처를 남겼다.

저자와 그의 가족은 남베트남에 거주하고 있었는데, 남베트남이 패망하자 외국으로 도망치기로 결심한다. 그는 이렇게 적었다. “우리는 거인들을 피해 앞다투어 달아나 가까스로 살길을 찾는 개미들에 가까웠다”고 말이다. 배를 타고 감행한 탈출의 과정은 무거운 그림체에 실려 영화처럼 펼쳐지는데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묵직한 울림을 느낄 수 있다.

저자는 기나긴 이야기를 마무리하면서 이런 질문을 던진다. “죽은 다음, 우리는 어떻게 될까? 우리 아이들에게 남겨놓은 것들 속에서 우리는 계속해서 살아갈까? …내 아이를 가진 뒤 나는 줄곧 이런 걱정을 했다. 아이에게 슬픔의 유전자를 물려주지 않을까?”

저자는 올해 그림책의 노벨상으로 통하는 미국의 칼데콧상을 수상했다. ‘우리가 했던 최선의 선택’은 그의 데뷔작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는 지난해 이 책을 ‘올해의 추천도서’로 꼽았다. 빌 게이츠는 “고혹적인 그래픽노블”이라고 평가했는데, 책을 읽으면 이 평가에 담긴 의미를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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