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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中·엘살바도르 수교 걱정되네”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카를로스 카스타네다 엘살바도르 외무장관이 21일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양국 간 국교를 수립하는 공동성명에 사인하고서 이를 교환하고 있다. 신화뉴시스


중미 엘살바도르가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하자 미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중국이 사실상 방치된 엘살바도르 항구를 접수해 군사기지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2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장 매네스 엘살바도르 주재 미국대사는 트위터에 “미국은 대만과 단교한 엘살바도르의 결정을 우려한다”며 “이는 의심할 여지없이 우리와 엘살바도르 정부의 관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메네스 대사는 지난달 중국이 엘살바도르 동부의 라 우니온 항구를 군사기지로 바꾸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경고했었다. 그는 “이는 전략적 문제다. 우리 모두는 앞으로 엘살바도르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엘살바도르는 전날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전격 수교했다. 이에 따라 대만 수교국은 17개국으로 줄어들게 됐다.

미국은 중국이 대만을 국제무대에서 고립시키려는 의도 외에 엘살바도르와 수교를 계기로 중남미에 전략적 교두보를 구축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엘살바도르는 중앙아메리카의 한가운데에 있는 태평양 연안국가다. 국토 면적이 대만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지만 북미와 남미를 잇는 운송과 무역 요충지다. 커피, 설탕, 직물 수출 등에 의존하며 인구 650만명 중 3분의 1이 빈곤층이다. 라 우니온 항구는 2008년 건설됐지만 이후 물동량이 없고 제대로 투자를 받지 못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우자오셰 대만 외교부장은 전날 엘살바도르가 단교에 앞서 라 우니온 항구 개발자금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거절했다고 밝혔다. 왕딩위 입법위원은 페이스북에 엘살바도르가 대만에 항만 운영과 경제특구 개발에 270억 달러를 투자해 줄 것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대만 외교부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최근 엘살바도르가 거액의 자금을 요구하며 항구 개발에 협조를 요청했으나 타당성이 떨어져 응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반면 중국은 국영기업인 시틱(CITIC) 등을 통해 라 우니온 항구 재생뿐 아니라 엘살바도르의 공항, 도로, 철도 등에 적극 투자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루스 로드리게스 엘살바도르 경제장관도 7월 중국 측이 라 우니온 항구 투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확인한 바 있다. 싱가포르 난양이공대의 콜린 코 교수는 “라 우니온에 군사기지를 건설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으며 미국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며 “중국 해군이 이 항구를 가끔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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