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엄청난 드리블이군요. 블루팀 1번 선수, 마치 손흥민 선수 같습니다!”

모니터에 표기된 인공지능(AI) 선수들이 골을 넣을 때마다 관중석에서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숫자가 쓰인 ‘점’에 불과한 선수들은 비록 세밀한 드리블이나 날카로운 골 결정력을 보여주진 못했지만, AI 월드컵의 청사진을 보여준 경기였던 만큼 관객들은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22일 ‘AI 월드컵 2018 국제대회’ 결승전을 개최했다. 한국·미국·브라질·중국·대만 등 12개국 24개 팀이 출전한 이번 대회는 인공지능 월드컵 분야로는 세계 최초로 치러진 국제대회다.

AI축구는 큐 러닝(Q-Learning) 등의 AI 기술을 바탕으로 전술을 학습한 5명의 인공지능 축구선수가 10분간 대결하는 게임이다. 0∼4번의 배번을 받은 5명의 AI선수는 사람의 조작 없이 골을 넣기 위해 스스로 움직였다.

물론 기술이 아직 걸음마 단계이기에 현실 축구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플레이가 이따금씩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AI선수가 골키퍼와의 1대 1찬스를 맞고도 골대 앞에서 갑자기 방향을 전환하거나, 상대방이 아닌 자신의 골포스트로 돌진해 자책골을 넣는 모습도 연출됐다.

자리를 가득 메운 100여 명의 관객은 모두 승패를 떠나 경기 자체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어린이 관객부터 외국인, 재학생 등 경기장을 찾은 관객들은 골이 터질 때마다 박수를 치며 환호를 보냈다. 골 찬스를 놓치거나 자책골을 넣을 경우 곳곳에서 탄식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열기만큼은 여느 축구 경기와 다를 바 없었다. 관람객 박모(24)씨는 “따로 응원하는 팀은 없었다”며 “모두가 잘 넣고 잘 막길 바랐다”고 말했다.

준결승과 3·4위전이 종료된 이후에는 AI해설자와 AI기자에 대한 시연이 이어져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AI해설자는 경기장 아래 창을 통해 실시간으로 ‘선수가 골을 넣었다’ ‘A선수가 B선수에게 패스를 했다’와 같은 메시지를 띄웠다. 이어 경기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사를 작성한 AI기자는 ‘B팀이 560m를 뛰는 동안 A팀은 502m를 달리는 데 그쳤다’는 정확한 경기 분석을 내놓았다.

3일간의 치열한 혈전에서 최종 승리한 팀은 KAIST의 ‘AFC_WISRL’팀이었다. 지난해 결승전에서 패하며 분루를 삼킨 이 팀은 이날 부상으로 1만 달러의 상금을 받았다. 김종환 KAIST 공과대학장은 “내년에는 경기 규칙 등을 다듬어 더욱 좋은 대회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대전=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