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대출과 특혜대출로 논란을 불러온 NH농협은행의 리솜리조트 대출이 결국 400억원의 손실과 함께 청산을 앞두고 있다. 농협은행은 각종 논란에도 원금 회수가 가능한 것으로 해명해 왔다. 그러나 사기대출의 결말은 400억원의 손실로 종결될 예정이다. 농업지원에 사용돼야 할 400억원은 ‘사기대출’이라는 해명 한마디에 허공으로 사라졌다.
대전지방법원에 따르면 리솜리조트 회생계획안의 심리 및 결의를 위한 관계인집회가 오는 31일 대전 충남대학교 국제문화회관에서 개최된다. 관계인집회에서 채권자의 66.7%가 회생에 동의할 경우 리솜리조트는 회생계획에 따라 호반건설주택에 매각된다. 농협은행은 호반건설주택의 인수자금을 통해 리솜리조트 대출금 980억원을 회수하고, 미회수금 408억원은 손실로 확정된다.
◇특혜와 사기로 얼룩진 리솜리조트 대출
농협은행의 리솜리조트 대출금은 총 1650억원에 달한다. 농협은행은 지난 2005년 ‘리솜오션캐슬’ 투자비용 대출 430억원부터 약 10년간 총 11건, 1650억원의 대출금을 리솜리조트에 제공했다. 그러나 농협은행이 돈을 빌려준 리솜리조트는 2005∼2007년 자본잠식 상태였다. 또한 2008년 7700%인 부채비율은 2013년 1만4287%까지 상승했고, 2014년 다시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농협은행은 리솜리조트의 재무상황이 이렇게 악화되는 상황에서도 리솜리조트에 돈을 빌려주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이에 다양한 의혹이 제기됐으며 결국 2015년 검찰이 농협은행과 중앙회에 대한 비리 수사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당시 농협은행의 여신심사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여신심사 직원의 내부 고발도 제기됐다.
검찰의 수사결과 농협은행 및 중앙회 고위층의 개입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각종 비리와 함께 신상수 리솜리조트 회장이 매출과 당기순이익을 부풀려 농협은행에서 650억원대 사기대출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사기대출, 결국 리솜리조트 매각으로 종료
650억원대 사기대출을 당한 농협은행은 원금 회수를 위해 2015년부터 리솜리조트에 대한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농협은행은 리솜리조트를 자회사로 편입까지 했다. 2016년 6월 일부 채권(20억2000만원)을 출자전환해 리솜리조트 지분 67.2%를 확보한 것. 하지만 이러한 워크아웃도 기울어가는 리솜리조트를 정상화하는 데 실패했다.
농협은행은 2016년 말 실사를 통해 리솜리조트의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보다 높다고 판단해 워크아웃의 중단을 결정했다. 워크아웃이 중단된 리솜리조트는 결국 지난해 4월 법정관리에 돌입했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리솜리조트는 회생계획안에 따라 사채권자의 피해 감수와 함께 매각이 결정됐다. 오는 31일 관계인 집회에서 사채권자들의 회생 동의가 66.7%를 넘어가면 리솜리조트는 올해 2월 인수자로 결정된 호반건설주택에 매각된다.
◇400억원 날리고 당당한 농협은행
농협은행은 이번 408억원의 손실이 큰 문제가 되지 않는 다는 입장이다. 이미 대손충당금을 충분히 쌓아놓은 만큼 은행의 운영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 아울러 리솜리조트가 법정관리까지 들어가 대출 원금에 손해가 발생한 것은 모두 리솜리조트의 경영진의 책임으로 돌리고 있다. 사기대출로 리솜리조트의 평판이 악화되면서 분양권 판매가 저조했던 점이 워크아웃의 실패 원인이라는 것.
그러면서 농협은행은 408억원의 손실과 관련해 농협 내부에서 어떠한 이도 징계나 처벌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농협은행에서 KT ENS, 송도 센트로드 등 거액의 사기대출은 계속해서 발생했다.
이같은 사기대출로 인한 피해는 결국 농민에게 까지 돌아가고 있다. 농협은행의 농업지원사업비는 지난 2012년 4000억원이 넘어갔지만 부실대출이 늘어나면서 지난해 2895억원까지 하락했다.
일각에서는 이에 농협은행이 농업사업에만 대출을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마저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농협이 농업 이외의 사업에 대출을 취급하다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며 “농협이 농업사업에 대출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계원 쿠키뉴스 기자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