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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신종수] 태풍 예보 한·일전



19호 태풍 솔릭의 예상 경로를 놓고 우리 기상청과 일본 기상청의 예보가 달라 혼선을 겪었다. 당초 우리 기상청은 솔릭이 23일 전남 목포 서쪽 해상을 거쳐 충남 보령 인근으로 상륙한 뒤 24일 서울 남쪽 약 30㎞까지 북상, 휴전선 인근을 지나 동해로 빠져나갈 것으로 봤다. 수도권을 휩쓸고 가는 경로다. 반면 일본 기상청은 23일 전남 신안 가거도 남서쪽 해상 부근에서 동북 방향으로 진로를 꺾어 전북 군산 부근으로 상륙해 중부 내륙을 대각선으로 관통한 뒤 24일 강원도 강릉 부근을 지날 것으로 전망했다. 수도권을 피해 가는 경로다. 인구 최대 밀집 지역인 수도권을 통과하느냐 여부는 매우 중요한데, 이를 놓고 서로 다른 예보를 한 것이다.

이 때문에 우리 기상청을 믿지 못하겠다며 일본 기상청 예보를 수시로 확인하는 국민들이 많았다. 우리 기상청은 23일 오전 7시 발표에서는 태풍 상륙 지점을 보령 인근이라고 했다가 3시간 뒤에는 군산 인근으로 수정했다. 서울 남쪽 통과 지점도 30㎞에서 90㎞로 바꿨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우리 기상청이 일본 기상청 예보를 참고해 수정한 것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기상청의 태풍 예보 정확도는 최근 3년간 계속 하락했다. 기상청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보고한 내용에 따르면 태풍 예보 정확도 향상을 위해 운영해온 국가태풍센터 성과지표 달성도는 2015년 120%에서 2016년 97.7%, 2017년 81.4%로 떨어졌다.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두 개 이상의 태풍이 동시 발생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예보 정확도가 떨어졌다는 것이 기상청의 설명이다.

사실 19호 태풍 솔릭에 이어 20호 태풍 시마론이 바로 뒤따라온 것은 드문 현상이다. 두 개의 태풍이 상호작용하면서 진로와 강도에 영향을 미치는 후지와라 효과도 우려됐다. 2012년 14호 태풍 덴빈과 15호 태풍 볼라벤이 한데 엉켜 후지와라 효과를 내는 바람에 큰 피해를 준 적이 있어 불안감은 더 컸다. 기상이변이 많아지고 있다. 기상청이 예보 실력을 더 연마해 국민들의 신뢰를 얻어야겠다.

신종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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