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돌풍을 일으키는 할리우드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의 원작자 케빈 콴(44·사진)이 모국인 싱가포르에선 병역 기피로 수배자 신세인 것으로 드러났다.

싱가포르 국방부는 22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콴이 병역법 위반 상태로 최대 1만 싱가포르달러(820만원)의 벌금과 3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콴의 병역 기피는 21일 밤 싱가포르에서 열린 영화 시사회에 콴이 불참하면서 불거졌다.

영화는 중국계 미국 여성이 부유한 남자친구의 싱가포르 집을 방문해 겪는 소동을 다룬 콴의 2013년 동명소설이 원작으로 싱가포르에서 대부분 촬영됐다.

이 영화는 출연진 전원이 아시아계 배우로 이뤄졌다.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에서 아시아계 배우가 주연으로 제작된 것은 25년 만이다. 영화는 지난주 미국에서 개봉 첫 주 34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원작소설도 이미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콴의 다른 소설 ‘차이나 리치 걸프렌드’를 원작으로 한 영화 제작도 결정됐다. 하지만 콴은 싱가포르에 금의환향하기는커녕 마음대로 입국할 수 없는 신세다.

의무병역제를 채택하고 있는 싱가포르에서 모든 남성은 18세가 되면 군이나 경찰, 소방 등 분야에서 2년간 복무해야 한다. 21살이 되기 전에는 시민권 포기가 허용되지 않으며, 병역의무 없이 시민권 포기를 시도하면 법적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콴은 11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했고, 18살에 미국 시민권자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 국방부는 “그동안 콴에게 여러 차례 안내문을 보냈지만 1990년 병역의무 이행을 위한 등록을 하지 않았다”면서 “콴이 94년 싱가포르 시민권 포기 신청을 했지만 기각됐고, 이어진 재심에서도 마찬가지였다”고 밝혔다.

싱가포르는 병역 문제에서 매우 엄격한 나라로 유명하다. 올림픽 참가 등 매우 제한적인 경우에만 병역 연기를 할 수 있고, 신체적 결함이 없는 한 면제는 없다. 싱가포르 출신으로는 처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한 축구 유망주 벤저민 데이비스(17)가 병역 연기 신청을 했다가 이달 초 거부당하기도 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