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사랑 먹고… 대구, 오페라도시가 되다

2016년 대구오페라하우스 공연 ‘카르멘’. 대구오페라하우스 제공
 
최상무 대구오페라하우스 예술감독. 김지훈 기자





“가곡교실에 다니는 성인이 3000명이 넘는다. 국내 유일의 자체 오페라 제작 공연장이 있다. 아시아 유일의 국제 오페라 축제가 열린다.” 이 도시가 어디냐고 물으면 고개를 갸우뚱할 이
들이 아직은 많을 것이다. 정답은 대구다. 대구시와 대구오페라하우스는 2003년부터 매년 대구국제오페라축제를 열고 있다.

최상무(사진) 대구오페라하우스 예술감독은 최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사옥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올해는 대한민국 오페라 70주년을 맞는 해”라며 “1948년 최초로 공연된 ‘라 트라비아타’와 한국 첫 소프라노 윤심덕의 생을 다룬 오페라를 무대에 올린다”고 말했다. 올해 열리는 제16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표 참조)에는 12개 공연이 준비됐다.

이중 베르디 원작의 ‘돈 카를로’와 ‘라 트라비아타’는 대구오페라하우스 자체 제작 오페라다. 레하르의 ‘유쾌한 미망인’과 슈트라우스의 ‘살로메’는 각각 오스트리아 뫼르비슈 오페레타 페스티벌과 독일 베를린 도이체 오페라극장 합작품이다. 개막작 ‘돈 카를로’는 16세기 스페인의 전성시대를 열었던 필리포 2세와 그 아들 돈 카를로의 얘기다. 필리포 2세 역은 지난달 독일 정부로부터 궁중 가수 칭호인 ‘캄머쟁어(Kammersaenger)’를 받은 세계적인 베이스 연광철이 맡기로 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윤심덕, 사의 찬미’와 ‘빼앗긴 들에도’ 등 3편은 창작 오페라다.

대구국제오페라하우스가 다양한 프로그램을 무대에 올릴 수 있게 된 비결은 무엇일까. 최 감독은 1순위로 대구 시민들의 열렬한 호응을 꼽았다. 그는 “대구는 음악 교육이 발달했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성악에 자연스럽게 노출된 시민들이 자라서도 음악을 애호하면서 가요교실이 아닌 가곡교실에 다닌다”고 자랑했다.

대구 가곡교실 수강생은 3000명 이상으로 추산되고 있다. 실제 그를 비롯해 대구 지역 성악가들은 적게는 2개, 많게는 7개씩 가곡교실 강사로 활동한다고 했다. 일제강점기부터 박태준, 현제명, 하대응 등 유명 음악인들이 대구에서 활동했고 대구 주요 4개 대학은 1950년대 초반부터 음악과를 신설, 전문 음악인을 배출해왔다. 그러면서 60∼80년대 대구의 공연계는 비약적으로 발전했고 90년대는 대구오페라단을 비롯해 영남오페라단 등 민간오페라단이 활발하게 활동했다. 이런 지역 예술 자원은 2003년 대구오페라하우스 개관으로 결실을 맺었다. 대구에는 대구오페라하우스를 포함해 1000석 넘는 대형 공연장이 8개나 있다. 서울을 제외하고 전국에서 가장 많은 작품이 공연되는 이유다.

이런 분위기 덕에 대구오페라하우스 공연에 대한 시민들의 애정도 뜨겁다. 지난해 축제 개막작이 매진된 것을 비롯해 메인 오페라 좌석점유율이 80%에 육박했다. 관객 중 타지역 비율은 40%나 됐다. 외국인 관객 비율은 2015년 5%에서 지난해 8%로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매년 5월에 무대에 올리는 가족 오페라 ‘마술피리’ 등은 전석 매진 행진 중이다.

올해 축제 개막작도 이미 매진이 임박한 상태다. 하지만 대구오페라하우스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는다. 최 감독은 “이탈리아 ‘베로나 오페라 페스티벌’처럼 해외에서도 찾아오는 축제로 만들고 싶다”며 “내년 7월 말 대구 월드컵경기장에서 5일간 푸치니의 ‘투란도트’를 무대에 올려 외국인 관객을 대대적으로 유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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