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매체 “화해의 손 잡았다면 제재 방망이는 버려야”

이달 말 예정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을 앞두고 북한이 종전선언과 대북제재 해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북한 정권수립 기념일인 9·9절이 가까워질수록 미국이 최고위층 방북에 부담을 느낄 것을 이용해 압박 전술을 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의 대외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23일 “종전선언 발표로 조·미(북·미) 사이에 군사적 대치 상태가 끝장나면 관계 개선에서도 새로운 전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미국은 단계적 동시적 행동조치를 통해 신뢰를 실천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매체인 메아리는 “북·미 관계 개선과 제재는 절대로 양립될 수 없다”며 “화해의 손을 잡았다면 상대방을 향해 쳐들었던 제재의 방망이는 버려야 한다”고 밝혔다.

종전선언과 제재 해제는 북한이 계속 해오던 요구지만 북·미가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일정을 막판 조율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기싸움 성격이 짙다. 한 외교 소식통은 “미국은 핵 프로그램 신고에 대한 북측의 확답이 있어야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확정할 것”이라며 “이에 대해 북한은 ‘일단 와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얘기해보자’고 버티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북·미 모두 8월 말을 넘기면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이 어려워진다는 점을 알고 있다”며 “막판 밀고 당기기가 계속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방북 시점이 9·9절과 가까우면 자칫 축하사절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을 양측 모두 의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북 제재를 협상 지렛대로 삼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핵을 없애야 제재를 해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21일(현지시간) 웨스트버지니아주 찰스턴에서 열린 유세 집회에서 “지난 3개월 동안 김 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그러나 제재를 풀지는 않았다. 대북 제재를 빨리 풀어주고 싶지만 북한이 핵무기를 제거해야 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핵무기를 제거해야 한다’는 대목에서 박수가 나오자 목소리를 높여 한 번 더 반복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폼페이오 장관이 방북해 북·미 고위급 협상이 열려도 비핵화 성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북한이 최대한으로 할 수 있는 조치는 폐기할 핵무기의 리스트를 제출하겠다고 약속하는 것”이라며 “여기에 미 본토를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일부를 폐기하고 그 대가로 종전선언을 받아내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실제 신고는 종전선언 이후 추가 협상을 통해 더 큰 반대급부를 받고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제재 면제 문제가 해결되지 않더라도 개성공단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계획대로 개소한다는 방침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미국과 제재 면제 협의가 끝나지 않은 상태라도 개소식을 추진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말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남북 경협 속도와 관련해 “미국 측과 인식의 차가 있지만 좁혀나가기 위해 소통, 설득,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지혜 이상헌 기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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