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해빙 무드에 힘입어 활기를 되찾았던 통일펀드의 성과에 다시 ‘물음표’가 찍혔다. 증시가 침체된 데다 남북 화해 기류가 다소 잦아들면서 펀드 수익률은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다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통일’ ‘남북 경제협력’이라는 테마의 특성을 고려해 장기적으로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다음 달 있을 남북 정상회담, 북·미 관계개선 속도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단기 전망도 나온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통일펀드는 지난 4월 남북 정상회담 이후 급부상했다. 통일펀드는 건설, 철강금속, 전기가스 등 경협 수혜가 예상되는 종목에 주로 투자하는 금융상품이다. 6월 북·미 정상회담까지 이뤄지자 자산운용사들은 앞다퉈 통일펀드를 출시하거나 이미 출시했던 통일펀드를 재정비했다. 외신도 남북의 화해 분위기에 맞춘 ‘통일펀드 투자 붐’에 관심을 보였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북·미 정상회담 이후인 6월 말 “이달 들어 한국의 통일펀드에 약 270억원(2400만 달러)의 자금이 모였다. 한국의 주식형 펀드로 유입된 자금 중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고 보도했었다.
그런데 최근 통일펀드 수익률이 심상찮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연초부터 지난 22일까지 국내 주요 통일펀드의 수익률은 모두 ‘마이너스 성적표’다. ‘삼성통일코리아증권자투자신탁 1[주식]A’(-9.84%)와 ‘하나UBS그레이터코리아증권자투자신탁[주식]ClassC5’(-8.37%)는 큰 손실을 봤다. 중소형주에 주로 투자하는 ‘하이코리아 통일르네상스증권자투자신탁[주식]ClassC-I’이 -0.75%로 선방했다. 다만 삼성통일코리아 펀드는 6월 초, 하이코리아 통일르네상스 펀드와 하나UBS그레이터코리아 펀드는 5월 말 통일 관련 콘셉트로 재정비했다.
원인은 얼어붙은 증시에 있다. 남북 정상회담 직후인 지난 4월 30일 2515.38까지 올랐던 코스피지수는 23일 2282.60으로 마감했다. 코스피지수가 빠지면서 국내 주식형 펀드는 9.62%의 손실을 봤다. 통일펀드가 대부분 주식형으로 설계된 점을 고려하면 하락장에서 수익률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경협 기대로 급격히 올랐던 테마주가 상승분을 일부 반납한 것도 수익률에 영향을 미쳤다. 남북 경협주인 현대건설, 아세아시멘트, 현대제철의 주가는 지난 5월 말 최고점을 찍은 뒤 하락세를 탔다. 한국가스공사 주가도 6월 중순 이후 현재까지 20% 가까이 내렸다.
이대로 통일펀드는 추락하는 것일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장기 투자’에 무게를 싣는다. 특히 북한의 비핵화 상황이 진전돼야 실질적인 경협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지적한다. NH투자증권 김병연 연구원은 최근 리포트에서 “개성공단 재개부터 철도·도로 건설, 물류 네트워크 구축 등 여전히 많은 것이 남아 있다”며 “남북 경협주는 긴 호흡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경협이 안 되면 큰 폭으로 하락할 위험이 있는 종목에 투자하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협이 이뤄졌을 때 한국경제가 좋아질 것을 내다보고 종목을 선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4차 방북과 다음 달로 예정된 평양 남북 정상회담 등 단기 일정이 펀드에 ‘반짝 호재’로 작용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이자산운용 관계자는 “남북 정상회담 등 관련 이슈가 있을 때 테마 종목들이 확 오르기 때문에 상관관계가 없다고 할 수 없다”며 “경협 수혜주를 4단계로 나눠서 투자하는 등 중장기적인 측면도 고려하면서 종목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