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김태용] 안녕, 평양



얼마 전 몇 명의 소설가와 북한을 배경으로 쓴 소설을 엮어 ‘안녕, 평양’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낯설고 금기시된 소재이기에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불가해한 공간인 동시에 북한의 정보가 한정되어 있고, 많은 부분 왜곡되어 있어 소설의 리얼리티와 윤리적 문제를 해결하기가 어려웠다. 아무리 상상력을 동원해도 손에 닿을 듯 보이는 끔찍한 현실과 뒤틀린 역사를 부정할 수는 없었다. 애초에 이 책의 운명 또한 가혹한 편이었다. 4년 전 출판사의 청탁을 받고 소설을 썼다. 당시에는 북한에 대한 정보가 거의 막혀 있고, 참혹한 실상만 강조되던 시기였기에 소설 또한 어둡다 못해 그로테스크하고 부조리하게 흘러갈 수밖에 없었다. 쓰는 내내 마음이 무겁고, 글을 신뢰할 수 없어 자괴감마저 들었다.

3년 전 책의 출간을 앞두고 당시의 정치 상황을 고려해 주변의 만류가 있었고, 출판사 사정으로 출간이 한없이 연기되었다. 책과 나의 소설이 영원히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할 것만 같았다. 4·27 남북 정상회담을 보며 문득 3년 전에 쓴 소설과 출판사의 근황이 궁금해졌다. 이즈음에 책을 출간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아쉬워했다. 얼마 뒤 거짓말처럼 출판사 대표가 연락해 책을 내자고 했다. 시대 흐름을 고려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책을 출간해야 했지만 이전 작품을 그대로 발표할 수는 없었다. 그동안 북한에 대한 자료와 정보가 많이 공개됐고, 국립중앙도서관의 통일부 북한자료센터를 통해 북한의 신문과 잡지, 소설을 볼 수 있기에 보다 열린 시선으로 새 작품을 쓸 수 있었다.

빠르게 변하는 국내외 정치 흐름 속에서 5년 뒤인 2023년을 배경으로 평양을 그려보았다. 남북문제를 앞두고 어떤 조급증이 우리를 화나게 하기도 하고, 다시 삐딱하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너무나 오랫동안 안녕을 굿바이로만 사용했다. 좀 더 긴 호흡으로 서로를 환대하며 안녕, 하고 인사를 해야 하지 않을까. 차마 손을 놓지 못하는 이산가족들의 안녕을 보며 내일의 남북과 소설 속 5년 뒤의 평양을 떠올려본다.

김태용(소설가·서울예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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