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비핵화 빅딜’ 환상… 아직 갈 길이 멀다



북·미 협상 본질에 이상기류… 당분간 출구 찾기 어려워
트럼프 ‘中 책임론’ 거론 “김정은과 만날 것” 여운
中 “무책임” 강력 비난 시진핑, 방북 강행할 듯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의 4차 북한 방문 계획이 25시간 만에 전격 취소됐다. 북한의 핵 신고서 제출과 미국의 종전선언 합의라는 설익은 ‘비핵화 빅딜’의 환상도 일단 깨졌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취소 이유로 ‘중국 책임론’을 거론함에 따라 비핵화 방정식도 더욱 복잡해졌다. 국무장관의 방북이라는 이벤트가 취소된 차원이 아니라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의 본질에 이상기류가 생겼다는 점에서 당분간 출구를 찾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이하 현지시간) 오후 1시36분 트위터를 통해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취소를 전격 발표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전날 국무부 청사에서 스티븐 비건 신임 대북정책특별대표와 함께 북한을 방문한다고 밝힌 지 25시간 만에 빚어진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한반도 비핵화에 의미 있는 진전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폼페이오 장관에게 북한에 가지 말 것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과 무역 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이 예전만큼 비핵화 과정을 돕지 않고 있다”며 “폼페이오 장관이 중국과의 무역 관계가 해결된 이후 가까운 미래에 북한을 방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해선 “따뜻한 안부와 존경을 전하며 곧 만나기를 기대한다”고 밝혀 협상의 끈을 완전히 놓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에서 폼페이오 장관 등 참모들과 방북에 대한 회의를 하는 도중 취소를 결정하고 이를 트위터에 올렸다. 방북 당사자인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이 핵 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한 것이 결정타로 작용했다.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의 방북 사실을 직접 발표했던 폼페이오 장관으로선 자신이 참석한 회의에서 방북 취소가 결정돼 체면을 구긴 셈이 됐다.

방북 취소 결정에는 최측근 2명이 구속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위기도 영향을 미쳤다. 미 국무장관이 방북했는데 빈손으로 돌아올 바에야 취소가 낫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25일 방북 취소가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에 대한 진전이 없음을 처음으로 실토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협상 조건으로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 중국과의 무역 분쟁 해결이라는 더 높은 장벽을 스스로 세우는 바람에 해법 찾기가 더욱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북한과 급격히 밀착하는 중국에 대해 연일 ‘배후론’을 주장하면서 비핵화 협상은 더욱 꼬이는 분위기다. 미 행정부는 중국이 최근 북·중 국경지역에서 북한과 교역량을 늘리고 있는 점에 강한 불만을 가지고 있다.

북한 정권 수립 70주년인 다음 달 9·9절을 맞아 예상되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방북설도 미국의 신경을 건드리는 부분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이 북한을 꼬드겨 비핵화 협상에 훼방을 놓을 수 있다는 우려를 감추지 않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중국 책임론에 대해 “미국의 주장은 기본 사실에 위배될 뿐 아니라 무책임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시 주석이 예정대로 방북할지는 더 큰 관심사가 됐다.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비난과는 상관없이 첫 북한 방문을 진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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