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 돌풍… 할리우드에 새바람




전 출연진이 아시아계 배우들로 구성된 할리우드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Crazy Rich Asians·사진)’가 북미 극장가를 접수했다. 유색 인종에 대한 차별이 여전한 미국에서 아시아인이 주축을 이룬 작품이 흥행에까지 성공했다는 점에서 이는 하나의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북미 개봉한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는 개봉 첫날부터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메가로돈’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 등 액션 블록버스터들을 제치고 박스오피스 정상에 올랐다. 제작비 3000만 달러(약 335억원)가 투입된 영화는 불과 닷새 만에 손익분기점을 달성하며 압도적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는 중국계 뉴요커 레이첼 추(콘스탄스 우)가 남자친구 닉 영(헨리 골딩)의 고향인 싱가포르에 동행했다가 상류사회를 경험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다. 말레이시아 출신 중화권 스타 양자경(중국명 량쯔충·56), 한국계 배우 켄 정(한국명 정강조·49), 중국계 여배우 아콰피나(29) 등이 출연했다.

영화는 중국계 미국인 존 추(39)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제작 및 배급은 워너브러더스가 맡았다.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가 주요 배역에 아시아계 배우들이 포진한 영화를 내놓은 건 월트 디즈니 컴퍼니의 ‘조이 럭 클럽’(1993) 이후 무려 25년 만이다.

미국 내 아시아계 유명인들은 상영관 표를 사들인 뒤 SNS에 ‘인증샷’을 올리는 방식으로 이 영화를 지지하고 나섰다. 국내에서 활동 중인 한국계 미국인 가수 에릭남(한국명 남윤도·30)도 동참했다. 자신의 형제들과 뜻을 모아 고향인 애틀랜타의 한 극장 전석 티켓을 구매해 지인 및 팬들에게 나눠줬다. 이 소식은 CNN에 보도되기도 했다. 에릭남은 SNS에 “주류 미디어에서 잘못 그려지는 아시아인의 모습에 지쳤다. 사람들이 아시아인을 제대로 이해하길 바란다. 우리는 컴퓨터광이나 수학 천재 괴짜, 닌자 자객이 아니다. 영리하고 멋진 사람들이며 그 이상이기도 하다”고 적었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의 성공은 화이트워싱(원작 캐릭터의 인종을 무조건 백인으로 바꾸는 행태)이 횡행하던 미국 영화계에 경종을 울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 영화가 많은 아시아계 미국인들에게 분수령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이는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블랙팬서’에 대해 보인 반응과 비슷하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할리우드에선 인종의 벽이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한국계 미국인 배우 존 조(한국명 조요한·46)가 주연하고 인도 출신 아니쉬 차간티 감독이 연출한 ‘서치’(29일 한국  개봉)는 한국계 미국인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다. 동명의 애니메이션을 실사화한 디즈니의 ‘뮬란’에도 백인이 아닌 유역비 공리 이연걸 등 중국 배우들이 대거 캐스팅됐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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