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 내부에서 내년 기준금리 인상 ‘중지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22일(현지시간)부터 사흘간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연례 중앙은행회의에서 여러 명의 연방준비제도(연준·Fed) 관계자가 이를 언급했다고 27일 전했다. 연준의 다음 달 기준금리 인상은 확실시된다. 대신 연준 안팎에서는 내년 이후 정책 시나리오에 기준금리 인상 중단론이 어느 정도 반영될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통화정책에서 중립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기준금리 수준이 현재 사상 최저 수준이지만 단기 금리의 중립 수준인 연 2.50∼2.75%를 넘으면 경기 하강으로 빠진다고 지적했다. 현재 연 1.75∼2.0%인 기준금리가 연 2.5%를 웃돌기 위해서는 3개월 간격으로 금리를 올려야 하는데 내년 중반 이후 금리 인상 중지론이 대두될 전망이라는 분석이다. 카플란 총재는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이 지난 21일 발간한 에세이에서도 “현재의 장·단기 금리 차이 축소는 투자자들이 성장률 둔화에 베팅하는 것은 물론 미국이 경제팽창기의 마지막 단계에 있음을 시사한다”면서 비슷한 주장을 펼쳤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을 유발하는 정책에 찬성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현재 기준금리 수준이 완화 기조에 있다고 평가할 수 없다면서 당장 다음 달부터 금리 인상을 중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투표 멤버’는 아니다. 불라드 총재는 CNBC에 출연해 “올해 남은 기간의 금리 인상에 대해 조심스럽다”며 “만약 나라면 현재 있는 금리를 고수하고 앞으로 나올 지표에 반응하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물가상승률이 2%를 넘는 경기 과열 징후가 나타나지 않는다면서 과도한 긴축을 회피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고 평가했다. 점진적인 금리 인상을 지속할 방침이지만 통화정책 기조에 ‘온건파 색채’가 강화됐다는 진단이다.
연준 내부의 이런 분위기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무관치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형 감세정책 등으로 얻을 수 있는 성과가 기준금리 인상 때문에 상쇄된다면서 노골적으로 압력을 가하고 있다.
이동훈 선임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