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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김준동] 방탄소년단과 굿즈(Goods)



지난 24일 오후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 들를 일이 있었다. 프로야구 경기가 있는 날을 제외하면 평소 한산한 경기장 주변이 인산인해를 이뤄 깜짝 놀랐다. 주로 10대와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학생들이었다. 경기장을 빙 둘러싸고도 남을 정도의 긴 줄이었다. 한 학생에게 “누가 오느냐”고 물으니 그것도 모르느냐는 식의 퉁명스러운 답이 왔다. ‘슈퍼스타’ 방탄소년단의 월드투어가 25, 26일 이틀간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다는 대형 현수막과 공식 기념품을 판다는 안내문을 보고서야 고개가 끄덕여졌다. 판매소는 25일 오전 9시에 문을 열지만 현장 한정판 ‘굿즈(Goods)’를 먼저 사기 위해 진을 치고 있던 것이다. 굿즈는 원래 상품이라는 뜻이지만 대중문화에서는 연예인 관련 소품, 사진, 액세서리 등을 일컫는다. 어둠이 깔리면서 줄은 더 길어졌다. 돗자리와 담요는 기본이고 텐트와 간이 의자까지 등장한 인파는 어느새 대형주차장까지 가득 채웠다. 밤샘을 각오해야 하니 돈 받고 대신 줄을 서주는 대행업체도 생겼다고 한다.

아이돌 굿즈 시장은 최근 급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시장 집계 결과 1000억∼1300억원대로 추산됐다. 방탄소년단이 소속된 빅히트의 2017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매출액은 약 924억원이다. 이 가운데 제품 매출 항목이 총 매출의 절반에 달하는 463억원에 이른다. 제품 매출은 이른바 굿즈 판매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방탄소년단 응원봉인 아미밤(팬클럽 Army+폭탄 bomb)은 팬들의 필수품이다. 이번 공연장에서 관객들에게 판매된 아미밤3는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깔고 블루투스 기능을 켜면 주최 측에서 중앙 제어로 음악에 맞춰 불빛 색을 시시각각 바꿔준다. 공연장마다 새로운 제품이 출시되는데 이번 응원봉은 개당 3만3000원 한다. 양일간 입장한 관객의 3분의 2만 구매했다고 하면 매출액은 20억원에 육박한다.

문제는 기획사의 과한 상술이다. 한정판이란 이유로 비슷한 일반 제품의 시중가보다 비싼데, 1500원이면 사는 부채는 방탄소년단 얼굴이 찍혀 8000원에 팔린다. 한정판 사진과 아미밤 케이스 등 기념품은 무려 62만원에 달한다. 수량이 한정돼 있다며 어린 팬들의 구매심리를 교묘히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학부모 등골을 휘게 하는 ‘등골 브레이커’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우리도 열심히 아르바이트해 돈 아껴서 사는 건데…”라는 한 팬의 애절함을 귀담아들었으면 한다.

김준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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