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인종 차별을 극복하고 미국의 우주개발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흑인 여성 캐서린 존슨(사진)이 26일(현지시간)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의 축복 속에 100번째 생일을 맞았다고 CNN 등이 보도했다.
존슨이 나사에서 활발히 활동했던 1960년대는 여성과 흑인에 대한 차별이 심했다. 존슨은 53년 국방 분야에서 인종차별을 철폐하라는 행정명령 덕에 나사에 들어갈 수 있었지만 분리된 시설에서 흑인 여성만 모여 일하는 등 차별을 겪어야 했다.
연산 등 수학에 천부적 재능을 가진 존슨은 미국이 옛 소련과의 우주 경쟁에서 앞서나가는 데 공을 세우며 스스로 차별을 극복했다. 미국은 62년 유인우주선 ‘프렌드십7’으로 지구 궤도를 돌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우주비행사들이 우주선의 궤도 이동경로를 계산해야 할 컴퓨터를 믿지 못해 문제가 생겼다. 결국 당시 나사 연구센터에서 일하던 존슨이 궤도를 직접 계산했다. 우주비행사들은 ‘인간 컴퓨터’라 불리던 존슨의 계산을 믿고 비행에 나서 인류 최초로 지구 궤도를 3바퀴 도는 데 성공했다. 존슨이 궤도 계산에 활용한 공식은 이후 69년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하는 데도 기여했다.
존슨의 업적이 대중적으로 알려진 것은 최근 그녀를 다룬 소설 ‘히든 피겨스’가 베스트셀러가 되고 2016년 개봉한 영화가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르면서부터다. 2015년에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미국 시민이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상인 ‘대통령 자유 메달’도 받았다.
나사는 홈페이지에 존슨에게 감사와 존경을 보내는 직원들의 글을 실었다. 직원 에린 크리스티는 “만약 그녀가 아니었다면 우리는 지금 여기에서 일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