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악연이 많은 유럽 정상들이 존 매케인 상원의원을 향해 앞다퉈 애도를 표하고 있다. 매케인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 허락 없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탈퇴하지 못하게 하는 법안을 발의하는 등 유럽과의 관계에 각별히 신경써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매케인 의원을 추모하는 백악관 공식성명 발표를 막는 등 ‘뒤끝’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26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에서 “매케인 의원은 우리 시대의 가장 위대한 정치인 중 한 명이었다”며 “강력한 대서양 동맹을 지키기 위해 쉼 없이 싸워온 공로는 미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매케인 의원은) 공익을 위해 헌신한다는 이상을 체현한 인물”이라며 “그를 영국의 친구라고 부를 수 있어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출범 이후 유럽 동맹국들이 방위비 분담금을 제대로 내지 않는다며 나토에서 탈퇴하겠다는 위협까지 서슴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 언행 때문에 곤욕을 치른 유럽 정상도 있다. 매케인 의원은 이에 맞서 유럽 국가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미국과 유럽 간 동맹이 분열하지 않도록 노력해 왔다.
미 의회도 초당파적인 애도를 보내고 있다. 매케인 의원의 시신은 장례식에 앞서 미 의회 중앙홀에 안치해 국민들이 조문토록 한다고 폴 라이언 하원의장이 밝혔다. 라이언 의장은 “(매케인 의원 외에) 이런 영예를 받을 만한 인물을 떠올리기 어렵다”면서 “영웅인 동시에 정치가인 사람에게 미국인들이 경의를 표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시신이 의회 중앙홀에 안치되는 영예를 누리는 건 32번째다. 매케인 의원에 앞서 에이브러햄 링컨,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 빌리 그레이엄 목사 등이 이곳을 거쳐 갔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매케인 의원을 ‘영웅’으로 추앙하는 백악관 공식성명을 내자는 참모들의 건의에 퇴짜를 놨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과 존 켈리 비서실장은 매케인 의원의 삶을 회고하는 장문의 성명을 낼 생각이었다. 성명 초안은 매케인 의원 사망 전에 완성됐으며 이를 바탕으로 샌더스 대변인과 참모들이 최종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짤막한 트윗으로 애도 메시지를 대신하겠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각계의 추모가 이어지는 와중에도 버지니아주 골프 클럽에서 주말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