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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원 포천의 폭포 순례, 원시림 속 초록 이끼 사이 장쾌한 화음

강원도 철원군 근남면 복계산 자락에 위치한 매월대폭포 앞에서 등산객이 약 30m 높이에서 시원하게 쏟아지는 폭포수를 카메라에 담고 있다.
 
한탄강에 높이 2∼3m, 폭 80m 규모로 형성된 직탕폭포.
 
옥빛 소를 자랑하는 경기도 포천 비둘기낭폭포.
 
세 번 굽이치며 흘러내리는 삼부연폭포.


가을장마로 잠시 선선한 날씨가 이어졌지만 이번 주말 폭염 수준은 아니더라도 늦더위가 찾아올 것이라는 기상청의 예보다. 이럴 때 폭포를 찾아 청량감을 만끽해보자. 쏟아지는 물소리만 들어도 시원하고, 직접 폭포수를 맞으면 온몸이 오싹해진다. 장쾌하게 떨어지는 물줄기로 이뤄진 다양한 형태의 폭포를 품은 강원도 철원과 경기도 포천으로 떠났다.

철원엔 절경을 자랑하는 폭포가 셋 있다. 모두 모양도, 소리도 자기만의 개성과 운치를 지니고 있다. 먼저 매월대폭포로 향한다. 근남면 잠곡리 복계산(1057m) 자락에 위치해 있다. 과거 휴전선과 가까운 최북단에 위치해 있다는 이유로 출입이 통제됐던 곳이다. 훼손되지 않고 오염되지 않은 청정 자연이 멋들어진 자태를 뽐내고 있다.

이곳에 조선시대 전기 문학의 백미로 평가되는 한문 소설 ‘금오신화’의 작가이자 세종의 총애를 받았던 매월당 김시습(1435∼1493) 얘기가 깃들어 있다. 세조가 왕위를 찬탈하자 관직을 버리고 생육신이 돼 복계산 기슭에서 은거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매월대는 복계산 정상 부근 산기슭에 위치한 높이 약 40m의 깎아지른 층암절벽이다. 주변의 울창한 송림과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김시습이 이곳에 바둑판을 새겨 놓고 뜻을 같이하는 아홉 선비들과 바둑을 두며 단종의 복위를 도모했다고 한다.

그 계곡에 높이 약 30m의 매월대폭포가 자리한다. 등산로 입구에서 산길을 따라 400m쯤 올라가야 만날 수 있다. 산길이 그다지 가파르지 않아 걸어서 10분이면 닿는다. 산길을 오르면 물소리가 들린다. 계곡의 규모는 크지 않으나 푸른 이끼 사이로 맑은 물이 흐르고 햇살이 원시림의 틈새로 살짝 비집고 들어온다. 그곳에 폭포가 숨어 있다.

최근 비가 이어지며 폭포의 물줄기는 넉넉해졌다. 암벽을 가르고 층층이 흘러내리는 물줄기가 물보라를 일으키며 장관을 연출한다. 물기를 머금은 청량한 기운과 싱그러운 초록이 시원함을 안겨준다. 폭포 앞 너럭바위는 앉아 쉬며 주변 풍경을 눈에 담기에 안성맞춤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기보다 나만 품고 조금씩 꺼내 보고 싶은 곳이다.

삼부연폭포는 갈말읍 철원군청에서 가깝다. 도로 바로 곁에 있어 누구나 쉽게 만날 수 있다. 명성산과 각흘산에서 시작된 물줄기가 용화동 저수지에 담긴 뒤 쏟아져 내린다. 비가 오지 않아도 풍부한 양의 물이 한결같은 위용을 자랑한다. 천둥소리 같은 폭포 소리는 청명하게 영혼을 일깨워준다.

세 번의 굽이를 이뤄 장쾌하게 흘러내리며 수묵화를 제 몸으로 그려내고 있다. 조선시대 금강산을 그리러 가던 겸재 정선이 마음을 빼앗긴 절경이다. 겸재는 금강산을 오가는 길에 이 일대에 은거하던 스승 삼연 김창흡을 찾아왔다가 이 폭포의 경관에 반해 진경산수화를 남겼다. 그림 위에 스승 삼연의 시가 얹혔다.

전설도 있다. 궁예가 철원을 태봉의 도읍으로 삼을 때 소(沼)에 살던 이무기 3마리가 폭포의 바위를 뚫고 승천했다는 것이다. 이때 만들어진 바위의 구덩이 세 개가 가마솥(釜) 모양과 닮아 ‘삼부연(三釜淵)’이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중생대 쥐라기에 마그마가 뚫고 들어간 화강암이 지표에 드러난 이후 흐르는 물에 침식돼 만들어진 것이다.

또 하나의 폭포는 ‘한국의 나이아가라’라는 별칭을 지닌 직탕폭포다. 한탄강 횡단면 전체를 따라 높이 2∼3m에 폭 80m로 형성돼 있다. 미국과 캐나다 국경의 나이아가라폭포에 비하면 낙차나 규모 면에서 어림도 없지만 화산이 분출할 때 만들어진 주상절리 모습을 지녀 독특하다. 육각형의 주상절리 위를 넘실대며 쏟아지는 물이 가슴을 탁 트이게 한다.

경기도 포천에도 멋진 주상절리 폭포가 있다. 포천시 영북면 대회산리 한탄강 인근에 은밀히 자리한 비둘기낭폭포다. 절벽과 숲에 비둘기가 많이 살았던 데서 비롯된 이름이다. 동굴 지형이 비둘기 둥지처럼 움푹 들어간 주머니 모양이어서 명명됐다는 설도 있다. 30여만 년 전 유출된 용암이 굳은 뒤 침식돼 이뤄진 주상절리 협곡과 동굴로, 천연기념물(제537호)로 지정돼 있다.

포천 불무산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작은 내를 이루며 논 옆을 흐르던 물줄기가 갑자기 땅이 푹 꺼진 현무암 주상절리 벼랑으로 떨어진다. 원시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짙은 숲 아래로 떨어진 물줄기는 어둑어둑한 곳에서 소를 이루고 굽이치며 다시 한탄강을 향해 급류를 이뤄 나간다.

은밀한 폭포는 6·25전쟁 당시에는 수풀이 우거지고 외부에 잘 드러나지 않아 마을주민의 대피시설로 이용됐다. 이후 인근 군부대의 휴양지로 사용되다가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일반인의 출입을 막았던 곳이다.

포천시가 설치한 나무데크 계단을 따라 거대한 협곡으로 내려서면 축축하고 서늘한 기운이 몸을 감싼다. 10m 넘는 폭포의 물기둥도 시원하지만 폭포 아래 옥빛을 담은 소가 마음마저 푸르게 물들인다.

여행메모

포천구리고속도로 개통으로 접근 편해져
철원 막국수·순두부, 포천 이동갈비 ‘깊은 맛’


지난해 6월 포천구리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강원도 철원 가는 길이 한결 편해졌다. 경기도 포천시 신북나들목까지 이용한 뒤 서면으로 간다. 이후 신술터널을 빠져나가 사곡리 쪽으로 좌회전해 4.7㎞가량 가다 우회전하면 매월대폭포주차장에 닿는다. 네이버 지도 등에는 매월대폭포가 두 군데 나온다. 매월대폭포주차장에 있는 ‘복계산 종합 안내도’의 A코스를 따라가야 제대로 찾아갈 수 있다.

삼부연폭포는 철원군청 소재지에서 동남 방향 2.5㎞ 지점 명성산(921m) 기슭에 있다. 직탕폭포는 철원군청에서 문혜리로 간 뒤 좌회전해 463번 지방도를 타고 고석정을 지나 이정표를 따라가면 된다.

비둘기낭폭포를 찾아가려면 신북나들목에서 빠져 43번 국도를 타고 가다 영북면 소재지 직전에서 대회산리로 들어가는 것이 편하다.

철원에서는 갈말읍 내대리 내대막국수(033-452-3932)집의 막국수와 편육이 맛있다. 동송읍 이평리 옛고을 순두부(033-455-9497)는 100% 국산콩을 사용해 직접 만든 순두부와 두부구이를 대표 메뉴로 한다. 철원읍 우렁골은 늦서리태로 만든 두부구이와 콩국수 등을 맛깔나게 내놓는다.

포천을 대표하는 음식은 이동갈비다. 원조 중의 원조 맛집 ‘김근자 할머니집’(옛 이동제일갈비·031-531-2157)은 천연 과일에 직접 담근 여러 가지 발효 효소를 가미한 양념으로 깊은 맛을 낸다. 유용미생물(EM)재배 쌈채소와 직접 담근 막장도 맛을 배가시킨다.

철원·포천=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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