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기 재정지출 증가율을 상향 조정하면서 나라 곳간에 경고등이 켜졌다. 국가예산이 500조원을 넘어설 2020년에는 들어오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더 많아진다. 올해 708조원 규모인 국가채무는 2022년이면 900조원에 육박하게 된다. 급증하는 복지예산 수요나 공무원 17만명 충원을 감안하면 재정 상태가 더 나빠질 가능성도 높다. 하향 곡선을 그리는 경제지표를 끌어올리기 위해 ‘확장적 재정’이 필요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그만큼 높아진다.
기획재정부는 2022년까지 향후 4년간 재정지출 규모를 연평균 7.3% 늘리겠다고 28일 밝혔다. 2021년까지 연평균 5.8% 증가율을 유지하겠다고 발표한 지 1년 만에 1.5% 포인트나 높인 것이다. 연평균 재정지출 증가율을 3.5%로 잡았던 2년 전과 비교하면 배 이상 늘었다. 이번에 책정한 증가율을 바탕으로 계산하면 2020년 예산은 504조6000억원까지 뛴다.
문제는 재정지출 속도를 재정수입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데 있다. 2020년 기준으로 국세수입, 세외수입, 기금수입을 합친 전체 재정수입은 504조1000억원에 머물 것으로 추산된다. 5000억원 차이로 지출과 수입이 역전된다. 여기에다 반도체와 금융 등 일부 산업이 가져다준 ‘세수 호황’도 내년까지만 이어진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때문에 지출과 수입의 차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벌어지게 된다. 2022년이면 지출(567조6000억원)과 수입(547조8000억원)의 격차는 19조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관측된다. 또한 국가채무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올해 708조2000억원을 찍은 국가채무는 4년 뒤에 897조8000억원까지 덩치를 불린다. 이때가 되면 국내총생산(GDP)에서 국가채무의 비중은 41.6%나 된다.
세금을 더 많이 걷지 않겠다는 방침도 재정 악화를 부추긴다. 정부는 조세부담률(전체 수입에서 국민이 내는 세금 규모)을 2020∼2022년 20.4% 수준으로 유지키로 했다. 내년 조세부담률(20.3%)을 고려하면 사실상 동결이다.
정부 예상보다 재정 상태는 더 빠르게 악화될 수 있다. 복지예산은 한 번 늘어나면 속도를 조절하기 쉽지 않다. 복지예산은 2009년부터 올해까지 10년간 연평균 7.9% 증가했다. 산술적으로만 봐도 2023년에 복지예산이 200조원을 넘어가게 된다. 문재인정부에서 복지예산 증가율이 12% 이상인 점을 생각하면 한층 더 빠르게 몸집을 불릴 수 있다.
2022년까지 17만4000명을 증원하는 공무원의 인건비도 재정지출을 꾸준히 확대하게 만드는 항목이다. 당장 내년에 교사, 집배원, 군무원 등 2만616명을 신규로 뽑는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