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5년 한국에 온 첫 공식 선교사 아펜젤러와 언더우드는 25세의 풋풋한 젊은이였고 그들의 헌신과 선교는 어두웠던 한국의 미래를 바꿔 놓았다. 이런 점에서 1988년, 국내에서 청년과 대학생을 대상으로 처음 열린 ‘선교한국대회’는 세계 복음화에 한국의 헌신된 젊은이들을 사용하길 원하신다는 하나님의 신호탄이었다. 당시 서울대 식품공학과와 성악과에 다니던 캠퍼스 커플 고재형(54) 허성혜(52) 선교사 부부는 이 대회를 통해 전문인 선교사의 비전을 품었다.
“예수님은 나를 위해 목숨까지 주셨는데 예수님이 유언처럼 남기신 지상명령이 선교라면 적어도 내 인생의 십일조는 드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믿음을 주셨어요. 결혼 후 남편이 KAIST 박사과정을 시작하면서 우리의 전문지식과 직업을 통해 얼마든지 선교지 영혼들을 섬길 수 있다고 확신했습니다.”
이로부터 정확히 30년이 흐른 지금, 두 사람은 그들이 기도했던 대로 전문인 선교사가 돼 몽골에서만 16년째 사역을 하고 있다. 허 선교사는 몽골 밝은미래국제학교 교장으로, 남편 고 선교사는 몽골 후레대학교 생명식품학부장이자 토치교회 담임목사로 사역하고 있다. 토치는 몽골어로 ‘횃불’이라는 뜻이다.
“하나님은 제 삶을 한 편의 드라마처럼 역사하셨습니다. 중학교 2학년 여름수련회를 통해 하나님을 뜨겁게 만난 후 대학에서 남편을 통해 믿음이 더욱 단단해졌고, 하나님은 음성과 감동, 대언을 통해 제 삶을 늘 인도해 주셨습니다.”
허 선교사는 남편이 박사학위를 받고 3년간 병역 대체근무를 하는 동안 음악학원을 운영하고 식품 관련 부업도 했다. 사업이 너무 잘돼 남편과 해외로 선교를 나가는 것이 솔직히 아까웠다. 자녀교육비와 사역비가 많이 들 텐데 차라리 남편만 나가서 사역을 하고 자신이 돈을 벌어 후원하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는 생각도 했다.
“이때 하나님께서 로마서 말씀을 주셨습니다. ‘하나님의 은사와 부르심에는 후회하심이 없느니라.’(11:29) 선교지에서 돈이 없어 고생할 것을 염려했던 저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고 성경책이 다 젖도록 울었습니다. 이 말씀은 앞일을 근심하는 저에 대한 책망이셨습니다.”
즉시 사업을 정리하고 2002년 온누리교회 파송으로 전 가족이 선교지로 향했다. 하나님은 부족하고 고생은 했어도 말씀에 순종한 허 선교사 가족을 먹이고 입히시고 사역하도록 도우셨다.
옌볜과학기술대학 교수 사역을 거쳐 몽골국제대학교 교양학부 교수로 전문인 선교를 시작했다. 허 선교사는 남편과 캠퍼스 사역을 하며 몽골의 젊고 똑똑한 젊은이들에게 하나님을 소개했다. 그런 그에게 2011년 밝은미래국제학교 교장을 맡아 달라는 제안이 들어왔다.
“밝은미래국제학교는 1997년 길거리 아이들을 하나님의 사랑으로 키우고자 세워진 무상 교육기관입니다. 버려진 많은 아이들이 추위를 피해 온수관이 지나는 지하 맨홀에 들어가 살았고 뜨거운 파이프가 터져 죽기도 했습니다. 이곳 아이들을 모아 글을 가르치고 급식을 주었던 것입니다.”
13년의 역사를 가진 이 학교가 몽골의 세계화 움직임과 맞물리면서 변화를 맞게 됐고 이 무렵 허 선교사에게 도움의 손을 내민 것이다.
당시 밝은미래국제학교는 후원이 줄면서 운영에 어려움이 있었다. 학교 교육목표도 단순 구제 및 교육사역을 넘어 하나님의 인재를 배출하는 것으로 바뀔 필요가 있었다.
“쉽지 않은 결단이었지만 하나님의 부름으로 알고 대학을 떠나 밝은미래국제학교의 5대 교장에 부임했습니다. 신앙교육은 어릴수록 더 잘 받아들여 그 발전 가능성에 큰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그러나 막상 교장이 되니 재정적 압박에 밤잠을 못잘 정도였다. 매일 하나님께 떼를 쓰며 울어야 했다. 그런데 놀라운 기적들이 이어졌다.
밝은미래국제학교는 허 교장의 연임으로 발전을 거듭했다. 지난해 개교 20주년을 맞으면서 전국 20위 안에 드는 외국어, 특히 한국어 특성화 학교로 소문났다. 많은 기도와 선교사들의 눈물이 쌓인 데다 전인교육 프로그램으로 몽골 내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다.
“학생 10명 중 7명은 이혼가정이나 미혼모 가정, 폭력가정 아이들입니다. 우리 학교는 기숙훈련을 통해 바른 삶의 자세와 성품, 신앙훈련 위에 학업을 쌓아 몽골의 미래를 밝게 변화시킬 수 있는 인재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밝은미래국제학교는 현재 도심과 떨어진 비오 지역에 부지를 마련해 새 건물을 짓고 있다.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영적 일꾼을 배출할 수 있도록 기숙사 건립을 놓고 기도하고 있다. 아브라함이 기르던 병사 318명이 사로잡힌 룻을 구출한 것과 같이 318명의 훈련된 주님의 군사를 키우겠다는 의지로 이곳 이름을 ‘비오 G318 캠퍼스’라 지었다.
“재정은 없지만 하나님께서 귀한 후원자를 통해 기숙사도 주시고 아이들과 함께 꿈을 이뤄갈 멋진 선생님들을 보내 주시리라 믿습니다. 저희는 매일 기도하며 나아갈 뿐입니다.”
허 선교사는 “연약한 내가 학교를 짓고 성경적 교육을 해나가는 일이 버겁고 큰 짐으로 느껴지지만 이때마다 ‘하나님의 은사와 부르심에는 후회함이 없느니라’란 말씀을 기억나게 하신다”며 “하루하루 학원사역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환하게 웃었다.
▒ 외국어 특성화 학교… 기독교 세계관 등 전인교육 실시
몽골 밝은미래국제학교는
몽골 밝은미래국제학교는 1997년 한국의 아시아협력기구(IACD) NGO 교육프로젝트 사역으로 시작됐다. 공부 기회를 잃어버린 어려운 아이들을 대상으로 무상교육을 시작했고 한국 후원금으로 2013년까지 운영돼 왔다.
5대 허성혜 교장이 2011년 부임하면서 글로벌화를 추진하고 교육개혁을 시도, 정부로부터 외국어 특성화 유상학교로 정식 허가를 받았다. 2017년 8월부터 몽골 사립교육법에 따라 독립 학교회사 법인으로 전환했다. 현재 현지 교직원 25명, 한국 교직원 7명, 학생 155명(초등생 65명, 중·고교생 90명)이 공부하고 있다. 캠퍼스는 수도 울란바토르 서쪽 외곽에 있으며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825㎡)다. 현재 시내에서 20㎞ 떨어진 비오 지역 2만3000㎡ 땅에 건물 1100㎡의 신관을 건축하고 있다. 체육관 및 운동장 정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2014년 시작된 학교 본관 리모델링 및 비오캠퍼스 내부공사는 5억여원이 부족해 공사가 지연되고 있다. 밝은미래국제학교는 정규 및 교과과정 외에도 외국어(영어 한국어 중국어) 특성화 학교로 5차원 수용성 전인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또 기독교세계관 교육, 방과 후 제자훈련, 인성훈련을 통한 전인교육, 2년마다 해외비전 트립을 실시하고 기숙사 생활을 통한 인성 및 생활공동체 훈련을 추진하고 있다. 전 교직원은 몽골 교육선교의 포문을 연다는 각오로 열심히 뛰고 있다(facebook.com/BrightFutureSchool).
김무정 선임기자 k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