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VR)의 핵심은 무엇보다 현실 또는 상상을 재현한 공간에 있다. 장비를 몸에 장착하고 가상공간으로 들어가 보면 현실감 넘치는 세계에 깜짝 놀라게 된다. 앞쪽은 물론 옆쪽과 뒤쪽 어느 쪽을 돌아봐도 모든 공간이 존재하는 걸 볼 때 그야말로 새로운 세상에 들어와 있음을 느낀다. 이런 가상공간을 구성하는 데 필요한 기술이 360도 카메라다. 말 그대로 카메라 위치에서 360도 모든 방향의 이미지를 한 화면에 기록한다. 360도 영상을 만드는 카메라는 앞뒤로 이어 붙인 두 대의 카메라로 구성된다. 현재 상용화된 360도 카메라는 한쪽 카메라당 210도까지 화면을 기록할 수 있다. 카메라 후방의 일부 영역도 포함된다는 의미다. 두 카메라에서 겹치는 영역을 보정해 360도 모든 방향의 영상을 실시간으로 기록한다.
여기에는 어안(魚眼) 렌즈의 원리가 적용되었다. 물고기의 한쪽 눈은 180도 이상을 볼 수 있다. 전후좌우 넓은 시야각에 있는 포식자를 감지해 신속히 피할 수 있도록 진화된 구조이다. 한쪽 눈으로 볼 수 있는 영역은 180도를 넘지 못할 것 같지만, 독특한 렌즈 구조 덕분에 그 이상을 볼 수 있다. 바로 다중 렌즈 효과이다. 물고기 눈이나 어안 렌즈는 여러 겹으로 겹친 다중 렌즈 구조여서 180도 이상 꺾인 뒷면의 이미지도 눈의 망막에 상을 맺히게 할 수 있다.
360도 영상 데이터를 저장해서 VR 안경을 쓰고 임의의 방향을 바라보면 그 방향의 이미지 정보를 안경에 뿌려준다. VR 안경으로 실제와 같이 360도 모든 방향의 영상을 그대로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비행기에서 360도 카메라 영상을 찍고 각 좌석에 VR 안경을 비치해서 찍은 영상을 제공하면 비행기 조종사가 보는 것처럼 외부 모습을 각 방향으로 함께 즐길 수 있다. 조종사가 보지 못하는 비행기 밑 또는 뒤 방향 등 더 확장된 풍경을 볼 수도 있으니, 참으로 재미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이남영 과학칼럼니스트